과실비율 50% 미만이면 사고건수 미포함
“경미 사고에도 분쟁 늘어날 것”

<표=보험개발원>
<표=보험개발원>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2016년 12월 26일 전북 김제에서는 차량 두 대가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을 하다 사고를 냈다. 과실비율을 5:5로 협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차주 모두 서로의 신호위반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목격자나 CCTV도 없는데다 양쪽 차량 모두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아 가해자와 피해자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지난달 11일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쌍방 차선변경 사고에서는 양쪽 운전자 모두 상대편 차량이 차선변경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목격자, CCTV, 차량 블랙박스 모두 없어 경찰 측에서도 가해자, 피해자 구분에 대해 난감해했다.

자동차사고 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일수록 사고를 낸 차주간 서로 과실을 떠넘기려는 갈등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롭게 개정되는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에서는 과실비율이 높은 운전자에게만 보험료 할증이 적용되는 데 따른 우려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구상금 분쟁심의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심의 청구 건수는 지난 2014년 3만260건, 2015년 4만3천483건, 지난해 5만2천590건 등 매해 1만건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사고 시 양측에서 과실비율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면 일단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한 뒤 손해보험협회의 구상금 분쟁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는데 분쟁 건수가 매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실비율을 정하는 기준이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자동차사고는 보험사가 사안마다 피해자나 가해자와 합의를 통해 과실비율을 산정해왔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이러한 과실비율 분쟁이 더욱 늘어나고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롭게 추진되는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에서는 사고 시 과실비율이 50% 미만인 저과실 운전자에게 연간 사고건수가 추가되지 않는다. 사고 점수에도 반영치 않기로 했다.

과실비율에 따라 보험료 할증을 달리 해 가입자간 보험료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불명확한 상황일수록 서로 과실비율 50% 이내의 피해자라고 우기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고 당사자간 합의만 어려워지고 보험사 업무에 품만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사마다 기본적인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을 준용하고 있지만 결국 사고 당사자가 과실비율 결정에 불만을 품는다면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신의 과실비율을 50% 미만으로 만들기 위해 자동차사고 보상과정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뿐만 아니라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기 위한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며 “경미한 대물사고에도 자주 경찰에게 가해자·피해자 구분을 맡기는 일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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