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코리아라는 나라는 독특한 법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러니 이 점을 각별하게 유념해서 처신을 해야 한다.”

한국으로 부임하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임원에게 이 회사의 법률고문들이 특별히 당부했다는 말이다. 국가를 유지하는 근간이 법치(法治)임을 몸으로 체득하고 마음으로 순응해온 나라의 국민이라면 무슨 말인지 냉큼 알아듣기가 어려울 터이다.

그 설명이 가관이다. “코리아에는 그들이 정해놓은 육법(六法)이 있지만 그것은 형식적인 법에 불과하고 이를 능가하는 또 하나의 법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설명이었다.

그 법(?)이 바로 ‘떼법’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육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어도 떼를 써서 우겨대면 안 될 일도 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한국에서는 안 되는 일도 없고 쉽게 되는 일도 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는 헌법이 무색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떼법에 대한 신뢰도가 엄청나게 높다. 떼법에 대한 생성원인과 근거 혹은 사례연구를 학술논문으로 기술하면 아마도 박사학위가 쏟아져 나오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수시로 떼법이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장 작금의 대한민국은 바로 이 떼법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형국이 여실하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권좌에서 쫓겨 날 날이 머잖아 보인다. 그리고 이를 두고 국민이 두 패로 갈라져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핵을 두고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냥 앙앙불락한다. 경제가 어려워 국민의 생각과 행동이 다른 곳에 쏠릴 여지가 없다고 한지가 엊그제다. 그러던 국민의 행태는 온통 정치현안 즉 대통령탄핵이라는 오직 한 사안에 온 명운을 맡긴 듯 열렬하다.

대한민국 전체가 탄핵이 옳다고 촛불을 들고 일어섰다는 것이 탄핵찬성패의 열띤 주장이다. 말도 안 된다! 대통령이 나라 팔아먹은 것도 아닌데 권력욕심에 누명을 씌워 선동을 일삼는 다는 게 탄핵반대패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의주장은 거리에 나서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제는 아예 탄핵을 이끌어 오거나 부추기거나 배신을 했다는 사람들의 이름도 난무하고 있다. 촛불세력과 태극기세력이 거리를 휩쓸면서 오가는 말도 극단을 치닫고 있다.

당장 대통령은 권좌에서 내려와 감옥으로 가란다. 계엄령을 선포해서 국회를 해산하라고 한다. 종북패거리를 처단하란다. 부패의 사슬을 당장 요절내야 한단다. 불순언론을 단죄해야한다고도 한다. 정치에눈치보는 사법부도 혼을 내야한단다. 재벌의 부패고리에 정의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분노한다. 

나라가 어디도 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장탄식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아예 돌아앉는 이들도 많다. 국민이 산산조각으로 갈라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다음 정권의 주인공이 되겠노라고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조각난 민심처럼 많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아질 추세다. 저마다 내세우는 명분이 꼭 철없는 어린아이의 핑계처럼 들린다. 그만큼 민생의 그늘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뜻이다.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 대통령이나 뽑을 만큼 한가한때가 아니라는 게다. 남은 임기가 1년 남짓한 대통령에게 탄핵이라는 낙점을 찍어 내치는 것보다는 임기를 마무리 하도록 하자는 소리도 들린다.

‘떼법주의자’들이 성공을 거둬 행여 정권을 잡는다 해도 그 앞날은 어둡다고 말한다. 머잖아 그들도 횃불과 태극기부대의 흔들기에 무사평안하지 못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떼법공화국’의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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