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안전할 권리가 있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할 권리가 있다.

다만 기업이 이윤을 얻는데 있어서 소비자의 건강을 담보고 잡으면 안 된다. 이렇듯 당연한 사실관계가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유독물질인 CMIT·MIT, PHMG, PGH 등의 성분이 쓰였기 때문에 일어났다.

소비자도 몰랐지만 정부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모든 화학제품의 성분에 대해 정부에 보고하거나, 소비자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27일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도 있었고, 사회적 관심이 적다보니 기업들이 안정성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고 분석한 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사회적 반향이 불러 모아져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 성분 표시제 의무화 캠페인을 지난 9월부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제품 성분을 표시하는 것으로 기업들이 처음엔 준비가 덜 됐다며 회피하려고 했지만 생활화학제품을 취급하는 11개 회사들이 성분을 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국회 청문회가 있은 지 몇 달이나 됐다고 또 다시 화장품 안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에서 판매하는 포장재에서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 성분 초과 우려로 식약처로부터 회수 명령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서 ‘치약 회수’ 사태로 한바탕 몸살을 앓고 난 직후이기에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치명적 독성 물질인 ‘염화벤잘코늄(BKC)’이 포함된 ‘119 가습기 살균 제거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네일 제품에서도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소비자를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LG생건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의 6개 네일 제품은 회수 조치됐지만 자진회수에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LG생건은 가습기 살균 사태가 이슈화됐던 당시에도 처음엔 ‘오랜 시간이 경과해 가습기 살균 제거제에 들어간 성분을 알 수 없다’고 변명했다가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자 ‘BKC가 소량 들어갔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을 바꿔 논란을 일으켰다.

화장품 업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양대 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포함된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에 개탄할 금할 수가 없다.

두 기업은 최근 ‘소비자 안전센터’와 ‘리스크 관리 부서’를 각각 꾸렸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 건강 지킴이로 거듭 나는 기업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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