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및 채널생산성 향상 목적
“불완전판매, 계약유지율 하락 우려…2~3년 지켜봐야”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메리츠화재의 대형점포전략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새 전략은 관리조직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과 함께 전속설계사 채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선 여전히 성공여부에 대해 물음표란 시선도 나오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 손해보험사는 일선 영업점에 대한 관리조직을 축소하고 사업가형점포 제도를 도입하는 등 메리츠화재의 점포전략 도입에 대해 최근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B 손보사는 매해 조직개편 시기마다 관리조직을 축소하는 형태의 점포전략을 고민해 왔으며 최근에도 일부 점포에 대한 시행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메리츠화재의 대형점포 전략 시행 초기 손보사들의 회의적인 시선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시행 초기 손보사들은 관리조직이 사라진 상황에서 영업채널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손보업계 처음으로 실시한 대형점포전략은 통상 ‘지역본부-지역단-영업지점’ 3단계로 이뤄진 보험영업채널을 하나의 초대형 점포로 통합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지역단, 지역본부 순으로 단계적인 축소를 이어온 메리츠화재는 결국 올 9월 12개 지역본부 산하 221개 점포를 102개 초대형 영업점으로 줄였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사업가형 점포 제도를 도입, 102개 점포에 정직원으로 파견됐던 본부장 중 64명이 개인사업자로 돌아섰다. 월급 대신 영업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겠단 의미다.

초대형점포 체제의 핵심은 관리조직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대신 설계사의 수수료를 늘리는 것이다. 줄어든 조직만큼 함께 시행된 희망퇴직으로 지난해부터 약 600여명의 인원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손보사들은 비용 절감 측면 대비 효율성 차원에서 메리츠화재의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 

고 수수료 기반의 철저한 성과주의는 축소되는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고능률설계사를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이는 대형점포전략 시행 당시 법인보험대리점(GA)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GA와의 갈등이 봉합하는 모양새에다 어려워지는 업황으로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대형점포전략을 검토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라며 “전속설계사의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가형 점포가 확산되고 판매수수료가 늘수록 강해지는 영업채널의 입김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란 예상도 함께 나온다.

영업채널이 요구하는 상품이나 판매 전략이 추후 건전성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수수료 중심의 판매로 인해 불완전판매나 계약유지율 등이 하락하는 결과가 올 수 있다. 이들 지표는 매출, 당기순익과 달리 한번 떨어지면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며 “게다가 손해율에 대한 확신 없이 영업채널의 요구로 상품이 풀리게 되면 장기적인 보험금 지급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적어도 2~3년 메리츠화재의 전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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