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단독형 실손보험 두고 ‘한 목소리’
보험업계 “온라인서 판다고 더 싸지 않아…문제는 보험금 누수”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을 단독으로 팔 것을 보험사에 주문하고 나섰지만 보험업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으로 단독형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4곳뿐이다.

이에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보험다모아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이 온라인에서 본격화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보험업계에 온라인 단독형 상품개발을 주문했다.

보험다모아 출범 당시 자동차보험과 함께 상품구조가 보험사마다 똑같아 보험료 가격비교가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험사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출시되는 새로운 실손보험은 단독형 상품으로만 판매될 것이란 예상도 지배적이다.

28일 있었던 실손보험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이창욱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장은 새로운 실손보험이 단독형으로 판매되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단독형 실손보험의 판매를 설득하고 나선 이유는 대부분 보험사에서 실손보험을 사망이나 암 담보와 함께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보장되는 계약은 재해사망 등이지만 특약으로 실손보험을 끼워 파는 경우다. 

덕분에 지난해 12월말 기준 단독형 실손보험은 전체 실손보험의 3.1%에 불과할 정도로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거두는 보험료보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더 많은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자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확률이 더 낮은 재해사망 등의 담보를 끼워서 더 비싸게 판 것이다.

대부분의 실손보험 가입자들도 단독형인지 특약으로 가입한 ‘패키지형’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정부의 단독형 실손보험 활성화 의지에도 보험사들이 섣불리 단독형 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에서 판다고 해서 더 저렴하지 않다는 목소리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단독형 실손보험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판매수수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굳이 팔고 싶지 않은 단독형 실손보험을 온라인에서 판다고 가격경쟁에 나설 유인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실손보험을 통해 지급하는 보험금 규모가 축소되지 않는 이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단독형 실손보험 판매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일부 설계사 등도 단독형 실손보험을 문의하는 가입자들에게 판매수수료를 더 떼기 위해 비싼 패키지형 실손보험으로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패키지형 실손보험 판매에 대한 보험사와 판매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아무리 단독형 실손보험을 취급하라고 권유해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실손보험의 문제는 상품 판매형태나 구조가 아닌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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