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39.1% 성장에도 신계약건수 하락
“수익성 높은 ‘통합보험’ 판매 전환 때문”

<자료=각사 취합>
<자료=각사 취합>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최근 손해보험사들의 격전지로 부상한 운전자보험에서 삼성화재의 점유율만 크게 하락했다.

삼성화재가 1만원대의 소멸성 운전자보험 상품 대신 운전자보험의 핵심담보가 포함된 고액 계약으로 가입자를 유도하는 등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사의 신계약건수는 123만9천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0만5천건)보다 39.1% 성장했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의 신계약건수만 크게 감소해 점유율이 대폭 줄었다. 삼성화재는 올해 1~9월 19만5천건의 신계약실적을 올리며 전년동기(30만8천건)보다 36.7%(11만3천건) 대폭 하락했다.

덕분에 삼성화재의 운전자보험 점유율도 같은 기간 31.7%에서 16.4%로 크게 내려갔다.

반대로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등 나머지 3개사의 신계약건수는 각각 174.1%(17만4천건), 52.3%(20만2천건), 81.7%(9만1천건) 씩 성장하며 점유율을 두자릿수대로 끌어올렸다.

삼성화재의 점유율이 대폭 감소한 이유는 가입기간 3년 이내의 소멸성 단기 운전자보험 상품의 판매를 대신해 보험료 수준이 높은 장기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업셀링(Upselling)' 전략을 펼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만원대 안팎으로 보험료가 저렴하다보니 보험료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설계사에겐 판매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3년 이상의 장기 운전자보험 상품은 만기에 환급금으로 돌려줄 적립보험료가 포함돼 40세 남자, 20년납 기준 5만원 수준으로 보험료가 뛰어오른다.

장기 운전자보험은 비슷한 보장에도 더 많은 보험료를 거둘 수 있고 추후 돌려줄 적립보험료에도 사업비를 더 뗄 수 있다보니 설계사와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는 삼성화재가 통합보험 상품에 운전자 담보를 포함시켜 운전자보험 가입자 수요를 고수익 장기보험으로 이동시킨 것도 운전자보험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이유라고 설명한다.

지난 5월 출시된 장기 통합보험인 ‘모두모아 건강하게’에는 운전자보험의 핵심 담보인 운전자벌금, 교통사고처리지원금, 교통사고 변호사 선임비용 등이 포함된다.

사망, 장해, 진단비, 수술비, 실손의료비 등 건강보험의 기능 외에도 화재 위험, 배상 책임 등이 추가돼 보험료도 40세 남자, 20년납 기준 10만원 수준으로 오른다.

즉 운전자보험의 가입건수를 올리기보다 통합보험으로 개별 가입자의 가입금액을 높인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화재와 동부화재의 판매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며 “동부화재는 홈쇼핑채널을 중심으로 한 단기 운전자보험 상품에 치중하는 반면 올해 삼성화재는 고액계약 위주의 장기보험 시장으로 가입자를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