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있으면 ‘호통국감’ 없으면 ‘맹탕국감’…신동빈·이재용·정몽구·조양호 출석할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천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 수사와 관련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던 신 회장의 얼굴에 한 시민이 던진 종이 뭉치가 날아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천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 수사와 관련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던 신 회장의 얼굴에 한 시민이 던진 종이 뭉치가 날아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2016년 국정감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가 좌불안석이다.

재벌 총수들의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경영에 힘써야 할 재계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장에 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20일 검찰에 소환된 신 회장은 계열사간 내부거래 문제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출석 여부에도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이재용 이사장 증인채택 요구 기자회견에서 “삼성이 공익법인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산업은행 국감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상임위원회별로 여야 의원들이 신청한 기업인들은 현재 150여 명 정도다.

복지위는 제약회사 리베이트 사건 관련으로 클라우스 리베 노바티스코리아 대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 과잉 판촉활동 의혹으로 김옥연 한국얀센 대표를 증인으로 요청했다.

농해수위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김영섭 LG CNS 대표, 박진수 팜한농 대표를, 환노위는 라케시 카푸어 옥시 대표, 요하네스 타머 폴크스바겐 한국지사 대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 한찬건 포스코건설 대표, 박효상 갑을오토텍 대표 등을 증인으로 확정했다.

정무위는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 최윤 아프로파이낸셜 회장, 임진구 SBI 저축은행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전경련은 정치권에 국감의 본래 취지인 정책감사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은 국감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며, 정책포럼 활성화 등을 통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등 국감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20일 “국감은 현 정권을 질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야당에게 엄청난 메리트가 된다”며 “국민들은 재벌을 호통 치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노이즈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감을 처음 시작할 때의 취지와는 달리 지금은 기업에 국감 정보를 슬쩍 흘려서 모종의 거래를 하는 것으로 변모했다”면서 “카메라가 따라오는 국감장은 호통국감이 되고 카메라가 없는 국감장은 맹탕국감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관이나 재벌 총수를 망신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차기 정권을 내다보는 정치권의 전략으로 인해 기업들만 멍든다”며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정책을 시정하는 국감이 돼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증인을 일부러 불러내거나 혹은 불러내서 앉혀놓기만 하는 ‘호통국감’이 아닌 내용으로 승부하는 겸손한 국감을 할 것”이라며 “골목 상권 침해,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등 재벌들의 부정적인 면은 지적해야하겠지만 필요한 것은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 모욕 주는 것은 지양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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