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윤 경제부 기자.
안소윤 경제부 기자.

국내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공매도 공시제’가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개인·법인투자자 또는 대리인을 대상으로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총수 대비 0.5% 이상인 경우 해당 정보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시장에 공시된다.

잔고 비중이 0.5%가 되지 않아도 공매도액이 10억원을 넘으면 공시 대상이다.

일명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외국계 ‘큰 손’과 기관의 공매도 불공정게임 희생양이었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던 만큼 공매도 공시제를 적극 환영하고 기대했다.

대표적 공매도 주식인 제일약품, 셀트리온 등 소액주주 단체들은 공매도 공시로 대차거래가 많은 것으로 밝혀진 증권사의 계좌 해지와 관계사 상품 불매운동을 선전포고 했으며 첫 공시일에는 오후 6시부터 조회가 가능했음에도 불구 오전부터 ‘공매도 공시’가 실시간 검색어 목록을 장악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물은 열악했다.

공매도 주체의 97%가 외국계 기관으로 드러났지만 그 뿐일 뿐, 공시 주체별로 보유한 공매도 잔고에 대한 구체적 수량을 알 수 없어 정작 궁금했던 특정 종목에 얼마나 공매도를 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또 국내 증시 공매도의 ‘몸통’으로 꼽혔던 외국계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는 공시대상에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스왑(swap)’거래로 공시 의무를 교묘히 피해버린 것이다.

속 빈 강정인 공매도 공시에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전략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고 허탈감을 표출했다. 공매도 공시 시행 하루 만에 불거진 실효성 논란은 일주일 만에 무용론으로까지 확산됐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공매도 공시제의 취지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공매도는 투자기법으로서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순기능의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바람처럼 공매도 기능위축을 목적으로 한 규제 강화까지 시도할 순 없지만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 역할을 하는 정보공개의 실효성은 분명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공공의 적’ 낙인을 지우고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공매도 공시제의 당초 목적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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