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황제의 시신은 수레 안에서 썩어 가는데…152. 진시황⑥-2세황제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6.22  07:00:5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悉耳目之所好 窮心志之所樂 실이목지소호 궁심지지소악
귀와 눈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마음이 즐거워하는 바를 다 즐기다 <(李斯列傳)> 
진나라 2세 황제가 된 호해가 조고에게 지금부터 쾌락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며 

“그대는 그대의 위치로 돌아가고 이 몸은 군주의 조칙을 받들어 하늘의 명을 따를 뿐이오. 어찌 우리 소견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단 말이오?” 

2세 황제를 멋대로 결정하자는 환관 조고의 말을 이사가 사양했다. 

몇 마디 더 밀고 당긴 끝에 조고는 본심을 드러냈다. 

“어르신께서 저의 계획을 수락하신다면 오래도록 봉후를 유지하며 대대로 명문가를 물려가며 장수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을 포기하신다면 재앙이 자손까지 미쳐서 두려움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처세를 잘 하는 자는 화를 복으로 돌린다는데, 승상께서는 어찌 처신하시겠습니까?” 협박이었다. 

썩어가는 황제의 시신

본래 욕심이 많고 힘의 향배에 민감한 이사였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구실이 생겼다. 이사는 일족의 안전을 위해 조고의 계획을 수락했고, 조고는 이사가 동의했다는 명분을 앞세워 다시 호해를 설득했다. 황제를 바꿔치자는 ‘모반’은 호해, 이사, 조고의 합작품이 되었다. 조고는 이사와 함께 진시황의 편지를 날조하여 첫째 왕자 부소에게 보냈다. 

‘짐이 천하를 순시하며 여러 명산의 신령들에게 기도드리고 제사를 지내 목숨을 연장하려 한다. 지금 너는 수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변경에 주둔한지 벌써 10여년이 지났으나 조금도 전진하지 못하고 병력만 시간만 소모하면서 공을 세운 바가 없다. 도리어 태자의 자리에서 밀려난 것을 원망하여 아비가 하는 일을 비방만 하고 있으니 이는 아들 된 도리로도 효성스럽지 못한 것이다. 이에 칼을 내려 보내니 자결해라. 장군 몽염 또한 부소와 더불어 공이 없으니 신하로서 충성스럽지 못하다. 죽음을 내리노라.’ 

수십만의 대군을 거느린 몽염이었다. 갑작스런 자결 명령이 믿기지 않아 부소에게 사죄의 답신을 보내 온정을 구하거나 배경이라도 더 알아보자고 태자를 설득했다. 그러나 태자 부소는 너무나 효자였다. 전령들 앞에서 즉시 자결했다. 더 기댈 곳이 없게 된 몽염은 저항할 방도가 없었다. 왕의 전령들에게 체포된 후 처형당했다.   

황제의 시신을 실은 수레는 아무 일도 없는 척 순행을 계속하였다. 가는 곳마다 황제에게 진수성찬의 올렸으나, 황제는 수레에서 내다보지도 않고 음식을 수레 안으로 받아들였다. 사실은 조고의 부하들이 수레 안에 앉아서 접시를 비움으로써 황제가 죽은 것을 모르게 했다. 대신들이 수레 앞에서 국사를 상주하면 안에 있는 환관이 황제를 대신해 수결하였다. 한여름이라 황제의 시신은 금방 썩기 시작했다. 조고는 소금에 절인 물고기 1석을 황제의 수레(온량거)에 싣게 했다. 생선 비린내로 시신이 썩는 냄새를 감추려 한 것이다. 

수레가 함양에 닿기 전, 중요사항은 모두 결정되었다. 

황제의 둘째아들 호해는 ‘황제의 죽음이 알려지면 세상이 혼란해진다’는 조고의 핑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승상 이사도 동의했다는 말에 자기 뜻만으로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테지만, 조고의 달콤한 유혹에 황제가 돼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을 법도 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지존으로 불리던 황제는 썩은 시신이 되어 구더기 가득한 수레에 실린 채, 구더기보다 더러운 욕망에 사로잡힌 환관들에 둘러싸여 곧 함양성에 도착했다.  

몰살당한 황제의 피붙이들

최대의 위협이던 맏아들 부소가 스스로 죽고 호랑이 같던 몽염 장군을 처치하자 환관 조고의 구상은 거칠 것이 없었다. 자기 뜻대로 되는 둘째 왕자 호해를 시황제의 뜻이라 속여 2세 황제에 오르게 하고, 그를 통하여 귀족과 백성들을 더욱 압박하였다. 어리석은 호해는 조고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자기 스스로 제왕의 위엄으로 다스리고 있다고 믿었다. 그만큼 조고의 말은 교활했다. 

조고에게서 배운 2세 황제의 뜻 또한 졸렬했으니, 말이 시종이지 실제로 나라를 다스리는 자는 조고였다. 황제가 물었다.

“나는 이제 천하에 군림하게 되었으니, 귀와 눈으로 좋은 것들을 느끼고 마음 가는대로 즐기며, 이로써 종묘를 안정시키고 만백성을 기쁘게 하여 천하를 오래도록 소유한 채 천수를 다하고 싶소. 어떤 방법이 있겠소?”

조고가 대답했다. 

“이것은 현명한 군주만이 누릴 수 있는 바이며, 어리석은 군주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황실의 공자들은 폐하의 형들이며 대신들도 선제께서 등용하신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지금 폐하께서 즉위하게 된 경위를 의심하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들이 있으니 혹여라도 반란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몽염은 죽었으나 그의 형제 몽의는 여전히 군대를 이끌고 변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황제의 즐거움을 누리시려면 법을 엄하게 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하여 이들을 멸해야 합니다. 형제분들을 멀리하십시오. 선제의 옛 신하들을 모두 제거하시고 폐하께 신망하는 자들로 대체하여 가까이 두십시오. 이렇게 하시면 잠재된 덕이 폐하께 모이고 간사한 계략을 막을 수 있어서, 비로소 종묘가 안정되고 천하를 소유한 즐거움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게 되실 것입니다.”

2세 황제는 조고의 말을 옳게 여겼다. 필요할 때마다 법률을 바꾸어 중요 대신들과 자기 형제들을 범법자로 엮어 넣었다. 대신들이 줄줄이 처형되고 진시황의 아들인 공자 12명이 시장 바닥에서 죽임을 당하고 공주 10명도 교외에서 사지가 찢겨 죽었다. 삼족을 함께 처벌하는 연좌제까지 시행되어 인연을 가진 혈육들은 남은 사람이 없었다. 황제의 혈족들이 전멸함으로써 오히려 황제 자신이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아둔한 호해는 알지 못했다. 나라는 질서를 잃고, 조정에는 나라를 지킬 인재가 없었다. 전국에서 반란의 기운이 자라났다.

진시황의 아들인 공자 12명이 시장 바닥에서 죽임을 당하고 공주 10명도 교외에서 사지가 찢겨 죽었다. 황제의 혈족들이 전멸함으로써 오히려 황제 자신이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아둔한 호해는 알지 못했다.

정해용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헤드라인 뉴스

‘금리인상 직격탄’ 대형저축은행, 3분기 실적 일제히 감소

‘금리인상 직격탄’ 대형저축은행, 3분기 실적 일제히 감소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대형 저축은행...
포토뉴스
만평 조민성의 그림판
[만평]조민성의 그림판
가장 많이 본 기사
1
비상 걸린 미국 ETF... 내년부터 PTP 투자자 '세금폭탄'
2
삼성·LG, XR 기기 시장 '눈독'...마이크로OLED 기술 경쟁 점화
3
롯데홈쇼핑 6개월 방송정지 행정소송 대법원 판결 임박
4
[기자수첩] 금투세 도입,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리다
5
금투세 파장...채권시장으로 전염 우려
6
[기획] 식품업계, 이색 팝업스토어 오픈..마케팅 강화
7
규제 풀린 수도권 알짜 단지 분양 관심 ‘UP’
8
삼성 SK, 차량용 반도체 투자 '확대'...반도체 불황 돌파구 기대
9
사우디와 40조 계약 성사...증권가 훈풍은 아직
10
SK바사 vs 화이자 폐렴백신 기술수출소송 판결 임박
'相生'에서 '希望'을 찾다!

삼성전기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 개최

삼성전기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 개최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삼성전기가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를 28~29...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현대경제신문  |  제호:현대경제신문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4길 18, 3층  |  대표전화: 02)786-7993  |  팩스: 02)6919-1621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2356  |  등록일: 2012.11.23  |  발행일: 1996.7.1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조영환
Copyright © 2010 ㈜현대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