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가결 이후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상대방 비난

<사진=대한항공>
<사진=대한항공>

사측, 가방에 회사 비판 스티커 붙인 기장 징계 논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 필요”
조종사노조 “항공사 CEO 자격 미달…끝까지 싸울 것”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노조의 대립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업무용 가방에 회사에 대한 비판이 적인 스티커를 붙인 기장 20명에 대한 제재 여부를 조만간 개별 통보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공항 등에서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 몫, 돈은 회장 몫’이라는 문구의 스티커를 붙인 가방을 들고 다닌 기장들이다.

사측은 이를 명예훼손으로 보고 제재를 논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사측의 이 같은 제재 논의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조종사노조는 16일 낸 성명에서 “스티커 부착을 이유로 조종사가 처벌까지 받게 된다면 해당 조종사가 앞으로 비행임무를 하는 것은 오히려 안전에 더 엄청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안전을 도외시한 처사이며 안전을 가장한 부당노동행위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종사노조는 이어 “사측은 소수인원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부를 수차례에 걸쳐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는 우리 조합원들을 겁박하고 노동조합의 투쟁력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는 비열한 전술”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중순 노조가 파업을 가결한 이후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조종사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1천845명 중 1천260명이 투표에 참가해 이중 1천106명이 찬성표를 던져 찬성률 59.9%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이후 조종사노조는 준법투쟁을 선언했다.

투쟁 방법은 출근기간 준수와 철저한 운항 전 브리핑 준비, 8시간 이상 연속 운항 중단 등이다.

또 회사를 비판하는 스티커 부착을 노조원들에게 지시했다.

이번에 제재 논의를 촉발시킨 그 스티커였다.

반면 사측은 이를 따른 박모 기장을 지난달 22일 대기발령한 데 이어 같은달 24일에는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대응했다.

지난 7일에는 대기발령시켰던 박 기장을 파면하기도 했다.

조종사노조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8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와 함께 항의집회를 열고 사측을 비판했다.

당시 조종사노조는 “가난한 사람한테 (임금을) 달라는 게 아니다”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받는 임금의 30분의 1을 달라는 것인데 터무니없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기장에 대한 파면조치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한 처벌”이라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에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양호 회장이 직접 조종사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13일 부기장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는 댓글를 달았다.

그는 이어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라며 “과시가 심하네요”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특히 “개가 웃어요”라며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라는 댓글로 조종사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조 회장을 ‘자격 미달’로 규정했다.

조종사노조는 지난 15일 낸 성명에서 “조 회장이 엉터리 지식으로 거대 항공사를 경영해 왔던 것”이라며 “조종사의 업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능한 CEO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조종사노조는 또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종사노조는 “조종사들은 조 회장의 이 댓글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 할 정도로 울화가 쌓였다”며 “우리 조종사들은 무너진 자존심을 딛고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운항 저해 및 법령·기준 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사규에 따라 엄격히 조치하는 한편 회사 손실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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