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서 올리지 못했던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최대 27%까지 인상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실손보험은 거둔 보험료보다 나간 보험금이 더 많은 만성적자 상태였다.

실손보험에 한해 보험가격을 결정하는 위험률조정한도를 30%로 제한한 것도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험료 인상에 대해 당국과 업계는 “지금까지 통제돼 온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란 1차적인 진단을 내렸다.

실손보험의 손실을 다른 보험 상품의 이익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보전해온 보험업계가 한걸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최근 보험사들이 전체적인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고 8%의 보험료를 올렸다. 고액 특약에 가입토록 하거나 인수심사를 강화하는 등 우회적인 보험료 인상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보험다모아 등에 따라 온라인 보험이 활성화되면서 손보사들이 속속 오프라인보다 최대 18% 저렴한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을 내놓고 있다지만 사실 내려가야 할 보험료를 내린 것뿐이다.

판매자에게 돌아갈 수수료를 없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오는 4월이면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기존 3%대에서 2%대로 낮출 예정이다.

예정이율은 보험료에 적용하는 일종의 할인율이다. 예정이율이 2%대에 진입하게 되면 보험료는 최소 20% 이상 오르게 된다.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종신보험보다 저렴한 저해지·해지미보증 종신보험을 내놓기도 했지만 중도에 해지할 경우 돌려줘야 할 돈을 없애거나 적게 주도록 설계했다.

결국 내려간 보험료에 대한 책임을 고객이 짊어지도록 한 상품이란 점에서 가격인하로 보기 어렵다.

이 모든 과정이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서 올리지 못했던 보험료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면 앞으로는 어떨까.

손실을 보던 일부 상품의 보험료는 올린다 해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이익을 챙기던 다른 상품의 가격은 내릴지도 의문이다.

올라간 보험료는 보험사의 이익 체력을 길러줄 것이다. 당국의 바람대로 세계 5대 보험강국으로 도약하거나 글로벌 보험사가 하나 생길 수 있겠다.

다만 이제 보험도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마다 내수시장을 쥐어짜 해외에서 활약하겠다는 모양새가 되지 않길 바랄뿐이다.

보험사의 경쟁력을 높이려 애먼 보험료를 내는 소비자만 희생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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