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경제부 기자.
성현 경제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해외계열사 현황 공개’를 올해 업무 계획 중 하나로 잡았다. 재벌 총수의 국내 계열사 지배현황이 드러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또 순환출자 점검을 강화해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를 유도하고 법위반 행위를 발견하면 주식처분 명령 등 강력한 제재를 내릴 방침이다.

이 같은 목표는 지난해 공정위에게 ‘굴욕’을 선사한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일본의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리고 한달여 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앞세워 백지화 시도를 했다.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시작으로 L투자회사가 국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핵심 축이기에 벌어진 사태였다.

하지만 그 전까지 L투자회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롯데는 L투자회사를 ‘기타 주주가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공시했으며 사태가 커진 뒤에도 공정위에 관련 자료 제출을 누락하거나 지연했다. 신동주 회장은 아예 개인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공정위를 제대로 무시한 처사였다.

지난해 연말 터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커밍아웃도 공정위의 업무 계획 수립에 한몫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까지 존재도 알려지지 않던 싱가폴 투자자문회사 버가야인터내셔널이 내연녀로 알려진 김모씨의 주택 매매에 동원된 탓이다.

또 버가야인터내셔널의 존재는 SK의 계열사가 된지 1년여 뒤에야 공시됐으며 책임자와 업무에 대한 SK의 공식적인 설명은 현재까지도 없는 상태다.

버가야인터내셔널와 L투자회사의 공통점은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대중에게 알려진 회사란 점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롯데와 SK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공자가 한말 중에는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란 말이 있다. 군자는 큰길을 간다는 뜻이다. 단순히 넓고 잘 닦인 길로만 다닌다는 의미가 아니다. 샛길이라는 편법을 쓰지 않고 정도(正道)로 간다는 의미다.

신동빈·동주 형제와 최태원 회장이 수만명의 직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사라면 앞으로라도 샛길로 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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