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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송곳을 주머니에 담아야 주머니를 뚫지132. 영웅시대(6) 毛遂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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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1.07  1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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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三寸之舌 彊於百萬之師 삼촌지설 강어백만지사
세치 혀가 백만 대군보다 강하다. (<史記> 平原君虞卿列傳)
모수가 초나라 왕을 말로 설복시켜 구원군을 출동시킨 일을 평원군이 칭찬하며    

조나라에서 세 차례나 재상을 지낸 평원군 조승(趙勝)은 혜문왕의 동생이다. 의리를 좋아하고 실력 있는 무인이나 선비들을 가려서 나라에 천거하기를 좋아했다. 그의 집에 머무는 빈객과 식객들이 수천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애첩을 보호하려다 선비들을 잃어

실력자의 집이므로 당연히 큰 건물이 많았고, 문에 있는 누각에서는 민가가 다 내려다 보였다. 마을에 한 절름발이가 살면서 매일 물을 길었는데, 평원군의 애첩 하나가 누각 위에서 그 모습을 보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한 절름발이가 다음날 평원군의 집 문 앞에 와서 큰 소리로 청하였다. “저는 선생께서 선비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선비들이 수천 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선생께서 첩보다는 선비를 귀하게 여기시는 줄로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불행히도 허리가 굽은 병이 있는데, 선생의 첩이 저를 보고 비웃었습니다. 저를 비웃은 자의 머리를 저에게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평원군은 “약속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절름발이가 돌아가자 평원군은 “그 작자는 한 번 웃었다는 이유로 내 애첩을 죽이려고 하다니 너무하지 않은가”라면서 웃어넘겼다. 그러나 그 후 문하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떠나가더니 1년 뒤에는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평원군이 이상히 여겨 물었다. “내가 여러분을 대할 때 감히 예의를 잃지 않았는데, 어째서 떠나는 자가 이렇게 많은가.”  한 사람이 말하기를 “선생께서 절름발이를 비웃은 자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선비들은 선생이 여색을 좋아하고 선비를 천하게 여긴다고 생각하여 떠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평원군은 마침내 애첩의 머리를 베어 직접 문 밖으로 나가 절름발이에게 주고 사과하였다. 그 후에 다시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세치 혀가 백만 대군보다 강하다 

이때 제나라에는 맹상군이 있었고, 위나라에는 신릉군, 초나라에는 춘신군이 있어 서로 존중하여 사돈을 맺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쟁했다. 각자 자기 나라의 왕족이면서 막후 실력자로서 천하의 인재들을 불러들여 대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진(秦)나라가 조나라의 한단으로 쳐들어와 포위했다. 조왕은 초나라의 도움을 얻기 위하여 평원군을 파견하기로 했다. 평원군이 왕에게 말했다. “반드시 맹약을 맺고 돌아오겠습니다. 수행원은 저의 식객과 문하에서 뽑으면 충분합니다.” 평원군은 자기 문하에서 문무를 겸비한 사람으로 20명을 고르려 했다. 19명을 선발했으나 아직 한 사람을 더 채우지 못해 고심했다. 그때 식객으로 있던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같이 가기를 자청했다.

그러나 평원군은 마땅치 않아서 말했다.

“무릇 현명한 선비라고 하는 것은, 비유로 말하자면 주머니 속에 든 송곳과도 같아서(낭중지추; 囊中之錐) 당장에 그 끝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오. 그런데 선생은 나의 문하에 온지 3년이나 되었지만 좌우에서 칭찬하여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소이다. 이는 선생께서 뛰어난 것이 없다는 뜻이오. 선생은 갈 수 없으니 그냥 가만히 계시오.”

모수가 말했다. “저는 오늘에서야 선생의 주머니 속에 있기를 청합니다. 저로 하여금 일찍부터 주머니 속에 있게 하였다면 이미 끝만 아니라 자루를 뚫고 벗어나왔을 겁니다.”

여전히 미심쩍지 않은 건 아니지만 딱히 다른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평원군은 그를 마지막 한 사람으로 명단에 넣어주었다.

먼저 선발된 19명의 선비들도 서로 눈빛으로 모수를 비웃었다. 그러나 초나라에 가는 동안 수시로 의논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19명의 선비들은 점점 모수의 의논에 빠져들었다.

평원군이 초나라에 도착해 초나라 왕과 회담을 시작했다. 초왕(효열왕)과 평원군은 당(堂) 위에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합종의 이해득실을 논하느라 아침에 시작한 회담이 한낮이 될 때까지 이어지며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초조해진 19명의 선비들이 모수에게 “선생이 당 위에 오르시지요”하고 청했다.

모수가 왼손으로 칼집을 쥐고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잡은 채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평원군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합종의 이로움과 해로움은 두 마디면 결정되는 것인데, 해가 뜰 때 시작하여 한낮이 되도록 결정을 내리지 못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초왕이 놀라서 평원군에게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었다. 평원군이 “저 사람은 저의 수행원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초왕이 모수를 꾸짖었다. “내가 그대의 주인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어서 내려가지 못하겠느냐?” 그러나 모수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칼자루 잡은 손에 힘을 주면서 초왕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왕께서 저를 꾸짖으시는 것은 여기에 초나라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왕께서는 열 걸음 안에 초나라 사람이 몇인가를 헤아려보십시오. 왕의 목숨은 저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초나라는 땅이 사방 오천 리이고 병기를 가진 군사가 100만 명이라 두려울 자가 없습니다. 그런데 진나라의 백기가 겨우 수만의 무리를 이끌고 초나라와 한 번 싸워 언영을 빼앗고 두 번 싸워 선왕들의 묘를 불태웠습니다. 이것은 백세의 원한이며 조나라라도 수치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합종은 초나라를 위해 하자는 것이지 우리 조나라만을 위한 것이 아닌데도 이리 망설이시다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초왕이 그 말에 수긍하면서 합종을 결심하고 맹약하였다. 조나라로 돌아와 평원군이 말했다. “내가 좋은 선비들을 수백 수천이나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하마터면 모수 선생을 몰라보고 잃을 뻔했소. 모수 선생의 세치 혀는 백만 명의 선비들보다 굳세었으니(毛先生以三寸之舌 彊於百萬之師), 나는 더 이상 감히 인재를 만나지 않겠소.” 
 
“재능은 주머니 속에 든 송곳과도 같아 당장 그 끝이 드러나는 법이오. 그런데 선생은 3년이나 되도록 드러난 재능이 없소”
“저를 일찍부터 주머니에 담으셨다면 이미 주머니를 뚫고나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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