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윤 경제부 기자.
안소윤 경제부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지만 카드업계에는 그림자가 드리운 모습이다. 올해부터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적용돼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금융당국은 1월 말부터 영세·중소가맹점과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일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7%포인트,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0.5%포인트 각각 인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최대 약 6천700억원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수수료 인하로 영세·중소가맹점 등 서민층 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민층 가맹점을 위한다던 금융당국의 방침이 오히려 또 다른 서민인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수익성 악화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원가 절감요인과 제도개선 사항 등에 기반을 두고 추진됐기 때문에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업계는 “핵심 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앞으로 출시될 상품들은 기존과 같은 혜택을 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카드사들은 대폭 낮아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메우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카드를 대거 발급 중단하거나 연회비를 조정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카드수수료 인하는 카드업계 인력감축의 신호탄도 됐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카드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가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삼성과 하나카드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176명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삼성카드도 지난달 100여명이 직원이 전직 지원 등의 형태로 짐을 쌌다.

일각에서는 카드업계의 이번 인력감축 분위기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민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서민을 회사 밖으로 떠미는 셈이 된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인하와 함께 일반 소비자를 위한 개선안으로 무서명 거래 활성화(5만원 이하)를 추진하며 소비자 편의 제고를 꾀했다.

그러나 ‘3초’의 서명 시간 단축이 과연 소비자들의 포인트, 캐시백 제도 등 금전적 혜택과 회사 밖으로 떠밀린 서민들의 생활을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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