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무서, 구체적인 법률 근거 없이 과세했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현대상선이 세무당국과의 59억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특별2부는 현대상선이 서울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낸 59억2천만원 규모의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을 지난달 27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전부승소한 원심은 그대로 확정됐다.

현대상선은 중국 홍콩과 베이징 등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회사와 합작으로 지난 2006년 원유 운송사업을 공동 운영하기 위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합작회사인 HDY 쉬핑 리미티드(HDY Shipping Ltd·이하 HDY)를 설립했다.

버진 아일랜드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불리는 곳이다.

HDY는 이후 중국의 원유 운송회사와 5년의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유조선 2척을 용선해 중국-중동 간 항로로 원유를 운송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HDY가 사용 중인 선박이 해양사고로 손상될 경우 기름이 쉽게 유출되는 ‘단일선체 유조선’이라는 이유로 지난 2010년 입항을 금지했다.

이에 현대상선과 중국 회사는 이중선체 유조선을 대체 투입하는 것에 대한 협의를 했지만 끝내 합의하지 못했으며 결국 HDY의 운송업무는 그해 6월 중단됐다.

HDY는 이후 2011년 1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전체 자산의 99%에 해당하는 1천80만달러를 중간배당했다. 현대상선이 이 중간 배당으로 확보한 자금은 540만달러였다.

HDY는 또 서울지방국세청이 같은해 10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실시한 세무조사로 총 211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부과했지만 이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종로세무서는 현대산선에 법인세 59억2천여만원을 부과했다.

합작회사가 실질적인 영업을 중단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자산을 중간배당한 것은 국세기본법 상 해산이나 청산에 해당해 대주주인 현대상선에게 납세 의무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현대상선은 지난 2013년 2월 이번 소송을 냈다.

1심 판결은 현대상선의 패소로 결론났다.

1심 재판부는 “HDY의 실질적인 업무는 현대상선이 도맡아 했고 이사회나 주주총회도 서면으로 하거나 서울에서 개최했다는 점 등을 보면 HDY의 실질적 관리장소는 국내로 봄이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조세를 절감하고 편의를 위해 버진 아일랜드와 같은 조세피난처에 명목상의 회사를 세운 경우까지 과세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면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회사에 대한 과세를 포기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현대상선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HDY가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부분의 자산을 중간배당했더라도 민법 등이 정한 해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중간정산에도 불구하고 HDY는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면서 권리의무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대상선이 2차 납세 의무 등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법률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이상 중간배당이 해산에 해당한다고 단정 짓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유추 해석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편,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 HDY의 지분을 대부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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