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저성과 직원 방문판매부서 배치 적법”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퇴출 프로그램’ 논란이 일었던 저성과자 방문판매부서(ODS·Outdoor Sales) 배치에 대해 법원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앞서 HMC투자증권은 지난 9월 직원 20명을 ODS 부서로 배치하는 인사 발령을 냈다.

ODS는 증권사 상품의 방문 판매를 활성화하는 내용으로 지난 2013년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이를 염두에 두고 증권사들이 만든 조직이다.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영업지점 밖에서 증권상품 매입을 권유하고 설명하는 일 등만을 맡고 있기 때문에 기존 영업직원들과는 다른 기준의 직무성과 평가를 받는다.

당시 HMC투자증권은 인사 발령에 대해 적극적인 영업을 통한 경영 효율화 및 성과 개선을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모씨 등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C투자증권 지부) 소속 직원들은 저성과자와 노조 가입자를 퇴출시키려고 만든 특수 조직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전보 인사가 부당배치 전환 및 부당노동 행위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 활동에 개입한 부당노동 행위라 인정하면서도 부당배치까지는 아니었다고 판정했다.

HMC투자증권은 노씨 등 직원들에 대한 부당노동 행위가 아니라면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노씨 등은 부당배치가 아니라는 판정에 불복해 역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24일 HMC투자증권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ODS 배치가 부당 노동행위라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영 악화 속에서 HMC투자증권은 외부 고객을 상대로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목표로 하는 ODS 조직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성과가 저조한 직원들을 이 부서에 배치하는 것 또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직원들이 해당 인사 발령으로 받는 불이익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ODS로 발령받은 직원들이 급여상 불이익을 받거나 근무 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해졌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며 “ODS 배치로 노조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직원들이 정신적 긴장감, 저성과자들이 모인 조직이라는 외부의 시선 등을 부담해야 할지라도 회사로서는 직원의 영업력을 높이기 위한 인사재량을 갖고 있다”며 “인사재량의 일탈·남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HMC투자증권은 이번 판결에 대해 “회사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저성과자의 성과향상 관리 프로그램을 만든 점을 재판부가 인정했다”며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는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재판부가 회사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쉬운 해고를 목표로 하는 노동개악에 면죄부를 주는 이번 판결에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