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기 산업부 기자.
최홍기 산업부 기자.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국내 유(乳)업계가 불황으로 난리다.

최근 서울우유가 직급별로 월급의 최대 40%를 유제품으로 대신했다는 ‘유제품 월급’ 논란은 어려운 업계 현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서울우유측은 “고통분담차원에서 유제품 구매행사를 벌여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구입한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동시에 심각한 경영난을 보여준 꼴이 됐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남일같지 않다.

매일유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흑자를 냈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가량 급감했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자체적으로 판관비와 마케팅 비용 등을 줄였기 때문이다. 우유사업은 여전히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가 시름에 빠지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는 우유 수급불균형이다. 우유는 많아지고 있는데 소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낙농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유(원유)재고는 201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올 상반기 기준 26만9천여톤을 기록했다. 2013년 상반기 재고는 9만4천여톤이었다. 2년새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젖소 집유량이 늘고 사료값이 떨어져 생산량이 증가한 것도 우유 공급량을 늘리는데 한몫했다.

그렇다고 가격을 인하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우유 가격이 원유가격연동제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물가 상승률과 생산비 등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물가는 매년 오르기 때문에 사실상 가격이 떨어지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원유의 재고 증가에도 원유가격은 올라갈 수 있다. 소비가 위축된다고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유업체 입장에서는 원유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상황에서 제품가격을 낮추면 제살 깎아먹기식으로 손해만 더 커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선방안에 대해 유업계는 두 손 두 발 다 든 상태다. 업체입장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유제품월급’ 논란과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에게 힘든 업계 현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을 정도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힘든 상황이야 2013년부터 계속됐고, 할 수 있는 범위의 행사나 이벤트는 다 해봤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도 “현 상황 타개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특별한 방안은 없다”며 “지금껏 해오고 있는 제품 이벤트가 전부”라고 말했다.

우유소비 침체와 경영난 타개를 위해 개선책을 내놓아야할 유제품업체들이 개선책은 내놓지 못한 채 힘들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셈이다.

언제까지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 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을 것인지 답답하다.

유업계는 국내 유제품이 전 세계 어디에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있게 말해 왔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좋은 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데도 그 원인을 수급불균형이라는 외부요인에서만 찾는다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힘든 시기인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릴 때임을 유업계는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