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하나 둘 공개되고 있다.

기업들의 분기별 실적이 발표되면 업계와 언론들은 잇따라 각 기업의 현 상황을 가늠하고 분석한다. 이는 산업 흐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주요 식품기업들도 포함된다.

다른 업종과 다르게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다는 특성상 소비자들이 더 눈여겨보는 민감한 업종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식품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않으면 더욱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어쩔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단 말이 주를 이룬다.

이는 실적이 좋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앞으로의 매출과 기업이미지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식품기업들이 사실여부를 떠나 실적이 부진하면 진부한 ‘책임회피’ 발언들을 내놓기 바쁘다는 것이다. 만약 실적이 좋으면 이를 역이용하기도 한다.

한 A 식품업체 관계자는 “상반기 식품·유통기업들의 전반적인 불황 때문에 부진했다”며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B 업체 관계자도 “식품 특성상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수가 많아야 되는데 최근 인구감소 등 외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며 “그래도 나름 선방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적부진에는 기업 내부적인 요인과 전혀 상관없다는 식이고 실적이 좋으면 그런 외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했다는 식이다.

특히 올해 실적부진에는 상반기 몰아쳤던 ‘메르스 사태’가 그들의 변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C 업체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더욱 매출과 영업이익에 타격이 가해졌다”며 “하반기 소비심리위축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D 업체 관계자 역시 “메르스가 실적부진의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기업이 어쩔 도리가 없는 외적인 요소를 언급하는 ‘엄살’아닌 해명은 흔히 볼 수 있다.

더욱이 소비심리위축에 따른 실적부진이라는 발언은 근래 들어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웬만한 관계자에게 너무나 친숙한 말이 됐다.

물론 그만큼 사회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은 맞다. 메르스도 분명 경제적인 타격에 한몫 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에서 지원에 나설 정도로 산업 전반이 불황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을 비단 그들이 말하는 ‘외적인 요소’ 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상반기 식품업계 큰 이슈에는 ‘메르스’와 함께 그들이 자행해온 ‘갑질’도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여부도 고려할 수 있다.

다시 거꾸로 보면 기업들의 ‘내적인 요소’도 분명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실적부진이 ‘우리 기업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라는 자성적인 입장을 밝힌 기업은 드물다.

기업 이미지때문에 그렇게 나오기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식품기업은 특성상 다른 업종과 다르다는 입장을 상기해야한다. 그들과 직접 맞닥뜨리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더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외적인 요인이 영혼 없는 엄살로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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