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객원논설위원
김영인 객원논설위원

4년 전인 2011년 7월, 제주 신라호텔에서 대한상의가 주최한 포럼이 열리고 있었다.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포럼에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2014년 1분기에 3만 달러를, 2018년에는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박 장관은 "실무진과 검토한 결과, 2013년에 국민소득이 2만9000달러 가까이 되고, 2014년 1분기 말에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벌써 1년 전에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했어야 했다. 그러나 작년 1인당 소득은 2만8180달러에 그쳤다. 4만 달러는커녕, 3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획재정부의 '실무진'은 국민소득 예측을 잘못하고 있었다.

4년이 지나, 이 '3만 달러 소득'을 대통령이 다시 강조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인구 5000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는 소위 '5030 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이라며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 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만 달러 소득'을 언급하고 있었다.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4대 분야의 구조개혁에 성공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혹은 4만 달러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였다.

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의 견해는 좀 달랐다. 실질 경제성장률과 평균환율 등을 감안하면 올해 1인당 소득은 작년보다도 줄어든 2만7600달러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까지 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확신한다'고 했지만, 민간경제연구소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1인당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할 때도 '턱걸이'를 하고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광복 70년 한국사회의 변화' 자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한 해는 1994년, 2만 달러의 벽을 넘은 때는 2006년이라고 했다.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가는 데 12년이 걸린 것이다.

'턱걸이'가 길어지자, 말들이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말을 "임기 중에 2만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그런 적은 없다"는 얘기로 덮기도 했었다. "경제 '올인'은 유신 시대에나 하는 것"이라며 포기하는 듯한 발언도 했었다. '2만 달러 턱걸이'는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3만 달러 턱걸이'다. 박 대통령은 '머지않아'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었다. 최 부총리는 '구조개혁'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분간 접어야 좋을 것도 생기고 있었다. '4만 달러 소득'이다. '474 비전'이다. 3만 달러 '턱걸이'를 하면서 4만 달러를 꿈꾸기는 아무래도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이 '자동 폐기'되던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는 "당장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달성할 수 있도록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4만 달러 소득을 뛰어넘는 '5만 달러 소득론'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신(新)경제지도' 구상이다. 남북이 통일은 되지 않더라도 경제공동체부터 먼저 이룰 경우, 경제 규모를 단숨에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의 구상은 2030년에 1인당 소득 4만9000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보다도 1000달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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