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혁 산업부 차장
차종혁 산업부 차장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국내 게임업계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대표 온라인게임 ‘리니지(Lineage)’ 자유게시판에는 엔씨의 잘못된 운영을 꼬집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엔씨가 불법 현금거래를 부추기는 유저에 대해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채 돈벌이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인터텟방송에서 리니지 아이템을 이용해 소액결제깡(모바일 소액결제를 이용해 불법으로 현금을 만들고 유통하는 행위)을 유도한 방송진행자(리니지 이용자)에 대해 적절한 제재를 가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다. 엔씨는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을 통해 아이템 현금거래 시도가 영리 목적으로 반복해 이뤄질 경우 1차에도 영구 서비스 이용 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이용자는 아프리카TV에서 소액결제깡을 유도하는 내용의 방송을 반복적으로 했지만 엔씨는 현금거래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적정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불법을 저질러도 별 제재가 없으니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어도 문제될 게 없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엔씨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력 게임인 ‘리니지’는 아이템 판매 프로모션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사의 게임이 불법행위에 악용되는데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량 이용자에 대해 원칙에 따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수익을 올리는데만 신경을 쓰면 단기 실적은 좋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워 중장기적으로 게임산업 전체를 위축시키게 된다.

최근 게임업계는 신작 게임 개발단계부터 국내시장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원빌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중국, 미국 시장에서 동남아, 남미까지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정부도 문화콘텐츠의 주축인 게임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삼아 집중 육성 및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조사에 의하면 국내 게임산업은 연간 10조원 규모에 달한다.

게임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며 성장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2000년대 가파른 성장을 보였던 게임산업은 셧다운제가 시행된 2011년을 전후해 위축됐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여기에서 비롯된 각종 규제의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익만을 쫓는 일부 기업으로 인해 게임업계 전체가 위축되면 게임산업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게임업계 내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게임업계 종사자들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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