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 이탈 우려…VIP 회원 확충 전략

[현대경제신문 박영준 기자] KB국민카드가 자사 VIP카드 가입 시 적용되던 별도 자격조건을 폐지하면서 VIP카드 이용 고객들의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반대로 연회비가 높은 VIP카드 회원 수를 늘리려고 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카드는 연회비 200만원의 ‘탠텀(TANTUM)’카드를 제외한 VIP카드인 연회비 100만원의 태제(TEZE), 로블(ROVL), 미르카드 등의 별도 자격기준을 폐지했다.

대부분 카드사들의 VIP카드는 연회비나 해당 회원의 재무적인 정보 이외에도 비재무적 조건인 직종, 직급, 사회적 명성 등을 고려해 발급된다.

KB카드의 경우 비재무적 조건 이외에도 KB국민은행과 연관된 멤버스의 일정 등급을 충족해야 VIP카드의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와 관련된 자격조건을 모두 폐지한 것이다.

이에 플래티늄 이하 등급의 이용자도 연회비만 충족하면 VIP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012년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부여에 관한 모범규준’이 시행되면서 VIP카드 고객에게 카드사 자율로 이용한도를 늘려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는 KB카드의 설명이다.

KB카드 관계자는 “모범규준 시행 이후 별도의 한도 유연성을 설정하지 못하게 되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의 추가 자격요건 심사에 대한 의미가 없어졌다”며 “연회비와 혜택에 대한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심사를 폐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KB카드의 행보는 타 카드업계와 배치된다. 모범규준이 적용되는 타 카드사의 경우 자사의 충성고객 및 VIP고객 확보를 위해서 VIP카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대카드의 블랙, 퍼플, 레드카드가 대표적이며 삼성·하나·롯데카드 등도 100만원 이상의 VIP카드의 별도 자격 기준을 통해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최근 연회비 100만원의 로얄블루 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개인별 성향에 따라 혜택의 중요도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각 카드사의 VIP카드의 경우 혜택의 폭도 크다”며 “카드가 주는 이미지를 얻으려는 고객들의 경우에도 VIP카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B카드의 VIP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VIP카드가 사회적인 지위나 명성도 고려한다는 점에서 VIP카드의 적용범위가 전체로 확대될 경우 VIP카드 이용자들의 니즈 또한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VIP카드는 자사의 카드를 애용하는 고객 중 더 높은 혜택의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특화된 카드”라며 “발급 기준이 없어진다면 충성 고객들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KB카드가 연회비가 높은 VIP카드의 회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타 카드사 관계자는 “VIP카드의 특성 상 가입자가 확 늘어나거나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가입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가입자들이 늘어날 지는 미지수이지만 VIP카드 회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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