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간섭…핵심은 권력층 비리"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수년 전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국내 기업들이 같은 사안으로 또 다시 검찰의 사정 대상에 올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검찰은 포스코 비자금 의혹 건을 필두로 SK건설, 동부그룹, 신세계, 경남기업, 동국제강까지 연이어 수사 대상을 확대하며 사정의 칼날을 곧추세우고 있다.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 확대 행보에 대해 해당 기업의 관계자들은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면서도 “수년 전에 일단락됐던 사안들을 왜 다시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비자금 의혹 건은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의 베트남법인에서 2009~2012년 발생한 건으로 자체 감사를 통해 해당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까지 끝난 사안이다. 검찰은 이달 들어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 수색하며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된 비리 사건인지 여부를 놓고 뒤늦게 파헤치고 있다.

18일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10년 경남기업의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의 지분을 비싼 값에 매입해 116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비리 의혹을 받았다. 경남기업도 덩달아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이는 2012년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소명이 이뤄졌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시점에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관련 기업을 다시 사정 대상에 올렸다.

동국제강 경영진에 대한 역외 탈세 의혹도 수년전 마무리된 사안을 다시금 들춰낸 사례다. 검찰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미국법인 계좌로 받은 금액의 일부를 손실 처리해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에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우리 경제의 문제는 근원적으로 기업에 있는 게 아니라 권력층의 비리에 있다”며 “기업에 검찰사정의 칼날을 세울 게 아니라 정치권이 개혁을 해야 하는데 기업을 옭죄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이어 “선진국은 ‘business judgement rule’(경영판단원칙)을 통해 법원이 기업경영에 함부로 관여치 못하도록 하는데 우리나라는 법을 통해 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며 “입법 만능주의에 빠져 법이 기업의 세계에 관여하는 일을 막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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