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사 장기화시 대외신인도 하락…신용등급 영향
사우디 국부펀드 전략제휴 등 해외 추진사업 차질 우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 전ㆍ현직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 전ㆍ현직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포스코가 전‧현직 임직원이 비자금 의혹 수사로 검찰에 연이어 소환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비자금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등 해외 신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윤관철 BS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이번 포스코 수사는 대외신인도 차원에서 포스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해외 신사업 추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크게는 포스코의 해외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강운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만약 결격사유가 발생한다면 전략적 제휴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포스코의 해외 추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전략적 제휴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추진 중인 사업은 크게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건설 합작사 설립,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사업 등 세 가지다. 지난 4일 포스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건설, 자동차를 포함한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키로 했다. PIF는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포스코건설의 지분 약 40%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담당할 건설회사를 포스코와 공동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의 주요 집무실을 압수 수색한데 이어 지난 15일부터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소환조사를 본격화했다. 수사 표적으로 거론되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경영진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포스코는 비상 상황이다. 17일에는 포스코건설의 베트남 사업에 관련된 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되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협력업체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포스코 내부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범위에 따라 사업에 미칠 파장이 커질 수 있어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6일 임원회의에서 수사로 인한 경영 파장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한 뒤 “검찰수사에 성실히 협조해 조기에 의혹을 해소함으로써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수사와 관련해 포스코건설이 직접 대상이고, 포스코 본사와 연루돼 있는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며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 수사가 사우디 국부펀드와의 전략적 제휴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16일 권 회장이 밝힌 대로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의 대기업 사정이 포스코를 필두로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과거부터 사정 당국의 내사를 받아온 일부 기업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에 부정부패 척결 차원의 대규모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해당 기업들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과거부터 진행돼온 내사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어서 실제 사법처리까지 이어질 사건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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