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검찰이 13일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지만 포스코가 사정의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지만 뚜렷한 주인이 없는 탓에 경영진 선임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었다.

정치권 역시 과거 포스코가 공기업이던 시절이나 그 이후에도 대선이 끝나면 포스코를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여기고 경영진 흔들기를 밥 먹 듯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정 정국의 타깃이 됐다. 이로 인해 포스코는 임기를 제대로 채운 회장이 드물 정도로 외풍에 흔들리는 수난을 겪어왔다.

포스코의 수난사는 포항제철 신화를 이룩한 고 박태준 명예회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 명예회장은 1968년 포항제철 사장을 맡아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신념으로 불모지였던 철강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포철 명예회장직을 박탈당하고 수뢰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는 수난을 겪었다.

박 명예회장의 수난은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각제'의 대통령선거 공약화를 요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어 황경로 전 포철 회장도 1993년 6월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1994년 3월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98년 3월 자진 사임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유상부 전 회장이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 재판을 받았고 결국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 전 회장은 포스코의 계열사와 협력사에게 타이거풀스의 주식 20만주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재산상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정준양 전 회장의 전임자인 이구택 전 회장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포스코 회장직에 올랐고 2007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난 2009년 초 세무조사 무마 청탁설이 나오면서 중도 하차했다.

이명박 정부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준양 전 회장도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2013년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포스코는 정권 교체 때마다 수난을 겪어왔지만 일각에서는 반대로 포스코도 정권교체 때마다 정치권에 줄을 대면서 줄타기를 해온 측면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회장의 선임과 사퇴 역사를 보면 마치 '우리나라 기업의 정치 수난사'를 보는 것 같다"면서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한 데 부디 사업에 차질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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