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현재 수주액 106억 달러…중동 부진, 중남미·아시아는 선전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연초 저유가 쇼크로 큰 타격이 우려됐던 해외건설 수주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예상대로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에서의 수주 실적이 크게 감소했지만 중남미와 아시아 등 다른 국가의 수주가 선방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에서 조만간 대규모 공사 계약이 임박해 있고,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추가 수주가 기대되면서 중동지역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연초 중동 수주 부진, 아시아·중남미가 만회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10일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106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2억 달러에 비해 35%가량 줄어든 것이다.

연초 수주 실적 감소는 중동 부진의 영향이 크다. 올해들어 지금까지 따낸 중동지역 건설 수주액은 약 23억8천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간수주액(130억 달러)의 18%선에 그친다.

이에 따라 전체 수주액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0%에서 올해는 22.6%로 크게 감소했다.

대신 중남미와 아시아가 선전했다.

올해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41억5천만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39.5%에 이른다. 이는 작년 수주액(18억9천만 달러)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월 초순까지 10억8천만 달러에 그쳤던 중남미에서도 올해는 동기간 3.5배가 넘는 38억6천만 달러를 수주했다. 수주비중도 전체의 36.7%로 중동을 능가했다.

GS건설이 베네수엘라에서 2조8천억원 규모의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현대건설의 싱가포르 오피스공사(2천336억원), 대림산업의 싱가포르 항만공사(7천100억원)와 브루나이 교량공사(4천83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중남미와 아시아의 선전으로 올해 수주실적도 최악은 아니다. 최근 10년 동기간 실적과 비교해 2010년(272억 달러)과 작년(162억 달러), 2008년(125억 달러)에 이어 4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2010년엔 단일 공사규모가 180억 달러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가 포함돼 있었고, 지난해에는 알제리·이라크의 초대형 공사의 계약이 연초에 쏠렸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해외건설협회 김은중 진출지원실장은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온 것이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며 "연초 공사 발주 지연 등으로 부진한 중동 실적을 중남미와 아시아가 만회한 셈"이라고 말했다.

◇ 중동 '순방 효과' 나오나…"저유가 타격 적을 것"

그러나 조만간 중동에서도 '잭팟'이 터지며 연초 부진을 일부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쿠웨이트에서는 국영 석유회사가 최근 발주한 140억 달러 규모의 알 주르 4차 정유공장 신규 건설공사(NRP) 가운데 약 62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수주가 유력하다.

국내 건설업체 5개사가 참여한 다국적 컨소시엄이 총 5개 패키지중 1, 2, 3, 5번 등 4개의 패키지에서 최저가 입찰사로 선정된 것이다.

1번 패키지는 한화건설, 2번과 3번은 대우건설·현대중공업, 5번은 현대건설·SK건설이 해외업체와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웨이트 정부가 최저가 입찰사와 최종 입찰 가격을 확정한 뒤 의향서(LOI)를 발송하면 늦어도 7월 중에는 본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알제리 등에서도 대규모 플랜트와 교통 인프라 공사가 추가로 발주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카타르의 경우 연내 1천억 달러 규모의 철도·도로 등 인프라 시설 발주를 계획하고 있어 국내 건설사의 수주 낭보가 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현재 카타르의 장거리 철도(150억 달러 중 1단계 20억 달러), 일반도로 및 하수처리 프로그램(140억 달러), 도하 남부 하수처리시설(30억 달러), 크로싱 교량(60억 달러), 월드컵경기장(40억 달러) 등 총 290억 달러(32조원) 규모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 4개국 순방을 통해 직접 수주 지원에 나서면서 '순방효과'가 가시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해건협 김종국 중동담당 실장은 "저유가 여파나 내부 사정으로 일부 국가에선 공사 발주를 연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동 산유국들이 중장기 전략에 의해 추진하는 전력(발전)·에너지·인프라 시설 등의 발주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동지역의 수주 부진이 당초 우려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국제 유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건설업계로선 다행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을 유지해준다면 공사 발주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600억 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예년에 비해선 어떤 식으로든 중동 발주물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신흥 시장 수주 확대 방안을 모색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중남미개발은행(IaDB)과 공동투자 협력을 추진하는 등 투자개발사업 발주비중이 높은 신흥 중남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유럽·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중남미·아프리카 등지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동 편중 현상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단순 시공보다는 감리·운영·사업관리(PM)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토부 박병석 해외건설지원과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플랜트 EPC(설계·구매·건설) 공사에 인도·터키·스페인 등이 가세하며 점차 수주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동 수주 감소에 대비해 사업방식을 바꾸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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