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저축은행 넘어 증권사까지 인수

 
 

일본계 자금의 한국 금융시장 잠식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계 자금이 서민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부업계와 저축은행업계를 장악한데 이어 증권업계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바이코리아'로 국내에 펀드 열풍을 일으켰던 현대그룹 계열 현대증권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종합금융그룹 오릭스가 선정됐다.

오릭스가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일본계 자금이 국내 증권사를 인수한 첫 사례가 된다.

일본계 자금은 1999년 국내 대부업계에 처음 진출한 이후 국내 자본을 압도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액은 4조9천700억원으로 전체의 56.2%에 달한다. 

저축은행업계도 일본계의 시장 장악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저축은행의 자산 비중은 전체의 19.8%에 달한다. 일본계 자본이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시장에 나온 저축은행들을 대거 인수한 결과다.

일본계 금융기업인 SBI홀딩스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SBI저축은행 출범시켰고 자산규모 3조8천억원으로 업계 자산 1위에 올라있다.

제이트러스트는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규모 1조1천432억원에 이르는 친애저축은행을 만들었고 최근 SC저축은행 인수와 아주저축은행의 추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이를 합하면 자산규모가 2조3천억원을 웃돌아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오릭스도 푸른2와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자산 1조1천159억원의 OSB저축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계 자본이 서민금융을 넘어 금융투자 분야까지 발을 넓히면서 우려의 시각이 커지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고용을 유지하고 공적자금 투여 부담을 줄인 점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또 서민에 가장 가까운 저축은행 시장의 붕괴를 막아 서민의 안정적 금융거래를 도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들여와 국내에서 고금리 장사로 배를 부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울러 대부업과 저축은행업계를 넘어 증권업까지 손을 대면서 증권사 역시 단순한 수익창출 도구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이 일본계 자금의 국내 금융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정부는 외국자본이나 대부업체의 제도권 금융으로의 진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힌 분석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계 자금이 서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민과 기업에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금융부 강준호 부장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