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보람 기자] 식음료 제조업체들은 자기네 회사 또는 자사 제품이 잘 팔릴 땐 ‘업계 1위에 올랐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등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내곤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주 내용은 보통 ▲제품의 품질이 뛰어났다 ▲공정 과정을 혁신했다 ▲OOO대표가 직접 나서 품질 향상을 위해 기업 역량을 집중했다 등이다.

그러나 소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에는 적극적인 해명과 원인 분석에는 인색하다.

특히 제품에 문제가 생긴 경우, 업체들은 자기네 과실이 아니라는 주장만을 펼치기 일쑤다. “제조과정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두 마디는 과자나 음료 등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고가 났을 때 식음료 업계 관계자들이 주로 쓰는 단골 해명멘트다.

가장 최근에는 한 제과 업체의 제품에서 바퀴벌레 여러 마리가 발견된 사진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업체 측은 과자 속에서 바퀴벌레가 나온 것을 인정하면서도 제조과정상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으며, 유통ㆍ보관의 문제로 그랬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업체 측의 해명에 죄송ㆍ송구ㆍ유감 등의 멘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비맥주는 자사제품인 카스 맥주에서 산화취가 난다는 다수의 언론보도와 소비자들의 항의에도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 “타 사가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라는 해명을 했다가 식약처가 자사 공장을 조사하고 난 후에야 공식 사과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롯데마트가 보여준 즉석밥의 리콜조치는 국내 식음료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7~8월에 판매한 ‘반값 즉석밥’이 유통과정 중 압축ㆍ눌림 현상에 의해 진공상태가 유지되지 못한 제품이 판매됐다며 6만여개 전량을 리콜해 판매를 중단하고 매장에서 철수, 환불을 해줬다. 사장의 사과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자동차나 가전제품만 리콜하는게 아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제조업체는 자사가 제작한 차량에 결함이 발생해 큰 사고가 일어날까 우려해 브랜드 이미지의 손상을 감수하고 리콜을 한다. 

식음료 제품들의 이물질 또는 변질 사고도 크게 보면 사람의 건강에 큰 해를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꼭 식약처가 조사에 착수해야 부랴부랴 생산ㆍ유통을 중단한다면 어떻게 마음 놓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겠는가.

식음료 제조업체들도 자사 제품의 문제가 발생했으면 유통과정 핑계를 대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잡아때기에 급급해 하지 말고 리콜을 하든 솔직하게 인정하고 적절한 후속조치에 나서는 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마케팅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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