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송현섭 기자] 어떤 조직이든 지도층의 신·구세대가 교체되면 의례 '계승과 단절'이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정치측면에서 본다면 전직 대통령과 구 집권층의 업적과 정책승계를 통해 계속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책으로 선회해야 할 것인지 결정이 최대 당면과제로 대두된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승계하지 않는 대신 '창조경제'를 내세워 차별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단군이래 계속됐던 가난의 굴레를 탈피해 산업화를 이룩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업적을 참조해 만든 경제개혁 3개년 계획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필자는 이 전 대통령의 경제적 업적을 승계하지 않고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유감스런 부분이 있다. 우선 4대강 사업이 단적인 예로 이 사업은 1990년대부터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미뤄져 해마다 발생한 홍수 및 수해 피해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해외 수출을 통해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잡기 위한 것이었다.

한때 물난리로 골치를 썩던 태국의 수자원 관리를 위한 모델로 각광을 받았던 이 사업은 건설업계의 비리와 담합의 총아로 비난받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국내 2천여개 건설사가 총동원된 대규모 사업에서 그나마 그 정도 비리는 여타 대형사업에 비해 문제점이 거의 없는 수준이기도 하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성공한 뒤 사실상 불가능해진 원전수출도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원전비리 집중수사로 인해 터키 수출이 결국 좌절됐다. 심지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전 정권의 성과를 무시하고 10년 좌파정권을 타도하고 등장한 보수정권의 연장선에 있는 현 정권은 실패가 불 보듯 뻔한 일본 '아베노믹스' 따라하기에 나선 듯 싶다.

보수세력의 집권으로 주목된 전 정권이 이룩한 성과는 깡그리 무시됐고 현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최대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구속되거나 재판에 회부된 기업인들의 사면에도 정부는 미적지근하다. 만약 현재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 때 나서지 않았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가능했을까?

최근 철강업계를 취재하며 포스코 역시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권오준 현 회장이 정준양 전 회장이 추진했던 일련의 사업에 대해 단절을 선언하고 나름의 독자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철강업의 본원 경쟁력을 앞세워 추진하는 구조조정과 계열사 정리가 과연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권 회장도 과거 정 전 회장체제의 일익을 담당했던 최고경영층의 일원이다. 과연 자신의 새 경영전략이 시대에 맞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시장에서 현대제철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고심 속에 결정된 여러 프로젝트가 최종 단절의 대상인지?

철강의 최대 수요처는 건설업계다. 건설이 휘청대면 철강은 중병을 앓기 마련이고 다각화와 슬림화는 양날의 검인데 과거 경영자의 성과를 무시하면서 진행하는 구조조정이 과연 임기 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과연 임직원과 주주의 이익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 불모지를 기적으로 일궈낸 포스코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을지는 승계와 단절의 딜레마를 얼마나 잘 극복하고, 방향을 잡아가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엔지니어 출신이 경영자가 되면 "실험실에선 되는데 왜 안 되느냐고 직원들에게 따진다"는 얘기가 있다. 경영은 실험이 아니고 조직을 움직여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젝트다.

기술마케팅만이 포스코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이 아닐 수 있다. 철강업이 부진한 것은 건설업이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던 전 회장의 다각화 전략이 모두 헛된 것으로 매도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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