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스마트폰을 싸게 사려고 추운 새벽에 수백 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가까운 미래에 수천만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통 3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통3사는 최신ㆍ고가의 스마트폰에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도 못한 보조금을 공시했다.

6일 SK텔레콤의 휴대폰 지원금 공시를 살펴보면 LTE100요금제 기준으로 이제는 구형 휴대폰이 된 아이폰5는 30만원ㆍ옵티머스G 프로 38만8천원ㆍ갤럭시노트2 44만4천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그러나 아이폰 5S의 보조금은 16만6천원이었으며 G3 CAT6은 13만3천원, 갤럭시노트4는 가장 적은 11만1천원에 불과했다. 특히 갤럭시노트4의 출고가는 95만7천원으로 11만1천원의 보조금을 받아도 할부원금이 84만6천원이다.

LTE100요금제는 부가세를 포함하면 11만원짜리 요금제로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금액이다. 요금제를 LTE 전국민 무한 75로 바꾸면 보조금은 8만3천원으로 그나마 더 낮아진다. 이는 KT나 LG유플러스 등 나머지 이통사들도 대동소이하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2월 ‘불법보조금 대란’때만 하더라도 옵티머스G 프로, 갤럭시노트2, 갤럭시S4 등은 할부원금이 0원인 ‘공짜폰’으로 시중에 대량 유통됐으며, 가격방어가 잘 이뤄졌던 아이폰이나 당시 최신이었던 갤럭시노트3도 할부원금 부담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휴대폰 판매업자는 “보조금을 공시함으로써 동등한 판매 기회는 얻었지만 번호이동 감소와 고가의 할부원금 때문에 판매에 지장이 생길 여지가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래부도 이통사들이 예상보다 낮은 보조금을 공시하자 당황한 기색이다.

반면 이통3사들은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객 뺏기’경쟁이 줄어듦에 따라 마케팅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확대를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대비를 이뤘다.

단통법은 애초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시장질서의 혼돈을 개선키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제 막 시행 1주가 지난 시점에서 향후 이통사들의 보조금 지급액 추이를 살펴봐야겠지만 정부-이통사간의 ‘동상이몽’이 수천만 소비자들을 모두 ‘호갱님’으로 전락시킬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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