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최보람 기자] 최근 정부가 담뱃값을 한 갑당 2천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국민 너나 할 것 없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더구나 이번 인상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도 미지수라 정부가 제시한 흡연율 감소와 국민 건강 두 마리 토끼 모두 어정쩡하게 놓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금연 유도와 함께 흡연자를 위한 실질적인 금연지원을 강화해 저소득층의 건강 불평등 격차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내놨다. 그러나 이번 인상안은 어디까지나 정부안의 생각일 뿐이다.

현행제도상 국회가 이번 인상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담뱃값을 단 1원도 올릴 수 없다. 인상안이 통과되려면 ▲보건복지위 ▲안전행정위 ▲기재위 등 세 곳의 상임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야당의 반발도 거셀뿐더러 여당 내 일부서도 일방통행을 좌시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가장 큰 폭으로 담뱃값이 올랐던 지난 2004년 당시와 똑같은 500원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 1천원 미만으로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 감소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담뱃값이 한 갑당 2천원 정도 인상돼야 흡연율 감소 효과가 명확할 것”이라며 “비가격적 정책만으로는 흡연율을 줄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500원이 인상됐던 2004년 인상 당시 담배 수요는 34%가 감소했지만 2006년 이후에는 가격저항 완화에 따라 담배 제조사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결국 담뱃값이 소폭으로 오를 경우 흡연율 감소는 미미하고, 인상 된 만큼의 세금만 더 걷혀 금연정책으로 둔갑한 서민증세의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도 있다. 게다가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주민세ㆍ자동차세 등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나서면서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말해온 ‘증세는 없다’는 주장을 뒤엎었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이번 담뱃값 인상안은 ‘서민증세’라고 답한 만큼 정부는 세수부족으로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국민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보편적 증세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 말대로 이번 담뱃값 인상이 진정으로 국민건강증진 위한 것이라면 인상안에 대한 논란을 일축시키고 원안대로 2천원 인상을 관철시켜 흡연율을 감소키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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