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장우진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민원감축을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의 민원건수는 줄고 있어 당국 지침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과도한 보험금 지급이라는 이면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1분기 보유계약 10만건당 민원건수를 살펴보면 생보사 평균은 7.2건, 손보사는 7.9건을 집계됐다. 이는 은행(1.6건), 신용카드사(2.0건), 상호저축은행(4.4건), 금융투자회사(1.0건)보다 2~7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들에 대해 보험민원을 감축하도록 지도했다. 보험사들은 “보험업의 특성상 민원이 타 금융권에 비해 높을 수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민원건수 줄이기에 나섰다.

이에 지난해 5~12월 월평균 보험민원은 2천966건으로, 보험민원감축 추진 전인 1~4월에 비해 8.1% 감소했다. 작년말 보험민원감축 표준안 이행률은 생보사 68.3%, 손보사 71.3%로 전분기 대비 각각 6.9%p, 6.4%p 상승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민원을 크게 낮춘 모양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고민은 따로 있다. 즉 민원을 억제하려다보니 다소 의문이 생기는 건수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악성 블랙리스트들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까지 있어, 단순히 민원건수가 줄어든 것이 좋은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업 특성상 민원이 타 금융권에 비해 높을 수 밖에 없다”면서 “당국 지도에 민원건수를 줄이려다보니 웬만한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뉴스에도 많이 나오지만 보험사기가 워낙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악성사기들도 다수 존재한다”며 “언더라이팅을 강화하면 민원감축의 여지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영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도 충분히 언더라이팅을 확실하게 하고 있어 순수 민원발생률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민원건수를 낮추는 일은 업권을 막론하고 중요한 문제다. 민원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에 대한 서비스질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민원건수를 줄이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민원발생률을 낮추는 일이다.

잘못된 보험금 지급은 새로운 블랙리스트를 양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원을 줄이기 위해 실적으로 압박하는 것보다는, 실효성 있는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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