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2,987억원 순익 달성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지난 3년간 전세계를 강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풍토화(엔데믹) 단계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은행들의 해외사업도 다시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2,987억6,900만원으로 전년 동기(2,162억6,400만원) 대비 38.2% 증가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등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게 주효했다.

신한베트남은행 전경. <사진=신한은행>
신한베트남은행 전경. <사진=신한은행>

신한銀, 선두자리 굳건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10개 해외법인에서 1,297억6,400만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1분기 923억600만원 보다 40.6% 증가한 것이다.

해외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베트남법인 신한베트남은행과 일본법인이 SBJ은행이 실적 선방에 성공하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403억2,300만원) 대비 67.5% 증가한 675억6,1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에도 베트남 법인의 외형 확장에 집중하면서 베트남 전역을 아우르는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하는 등 현지서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호치민시 판반찌(Phan Van Tri), 떤푸(Tan Phu)지점과 하노이시 호앙마이(Hoang Mai)지점 총 3개 지점을 개점하면서 현지 네트워크를 46개로 확장해 베트남 내 외국계은행 중 가장 많은 영업망을 보유하게 됐다. 

외국계 은행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시장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법인인 SBJ은행은 올해 1분기 기업대출 외형성장에 따른 이익 증가로 전년 동기(253억3,900만원) 대비 6.3% 증가한 269억4,6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방역 완화와 부실여신 회수 노력 등 건전성 관리 강화에 따른 대손비용 축소로 중국법인인 신한은행중국유한공사도 순이익이 급증했다. 지난 1분기 순이익은 205억9,400만원으로 1년 전(126억6,800만원) 보다 62.5% 증가했다.

다만 동남아 일부 법인들은 비용이 증가 여파에 다소 부진했다.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68억6,100만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39억1,4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31억7,700만원에서 14억5,300만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우리銀, 중국·베트남서 선방

베트남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베트남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도 올해 1분기 11개 해외법인에서 전년 동기(559억6,4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902억1,3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중국법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51억3,100만원)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206억9,3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글로벌 사업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대 법인이 각각 1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70억8,000만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171억9,8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법인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도 2.4% 증가한 189억7,2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캄보디아법인인 캄보디아 우리은행은 1년 전 보다 실적이 소폭 줄었지만 130억8,3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가 법인, 지점에 고르게 분산돼 있어 특정 국가나 지역의 금융시장 여건이 안좋아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는 형식으로 전체 글로벌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銀, 순이익 증가율 ‘최고’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가장 큰 순이익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이 지난 1분기 11개 해외법인에서 거워들인 순이익은 455억4,500만원으로 전년 동기(200억6,400만원)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중국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실적 개선 영향이 컸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지난해 중국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에 97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에 현지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133억3,8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하나은행이 중국과 함께 힘을 싣고 있는 인도네시아 법인(PT Bank KEB Hana)도 전년 동기(75억)에 비해서 51.9% 증가한 114억9,1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현지 영업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였던 러시아법인 러시아KEB하나은행도 러시아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운용수익 증가 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며 순이익이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 4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러시아KEB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에는 10배 넘게 늘어난 55억4,7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분투자를 통한 해외사업도 순항 중이다. 하나은행은 2대주주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에서 올해 1분기 270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이익을 거뒀다.

하나은행은 올해에도 하나금융그룹의 2025년 글로벌 이익 비중 40% 목표에 발맞춰 글로벌 영업강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법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전경.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법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전경. <사진=KB국민은행>

국민銀, 중국·미얀마서 흑자전환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일부 해외법인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순이익이 뒷걸음질쳤지만 현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되고 있고 적극적인 투자와 역량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분기 6개 해외법인에서 거둬들인 순이익은 332억4,700만원으로 1년 전(479억3,000만원) 보다 30.6%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현지법인 실적 저하 등으로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며 그동안 해외투자에 있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 포화 등으로 기존 이자이익 중심의 사업의 확대가 한계에 부딪히자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지난 2018년부터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8년 7월 KB부코핀은행(PT Bank KB Bukopin Tbk) 지분을 22%를 1,164억원에 취득하며 2대 주주지위를 확보한데 이어 2020년 9월에는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율을 67%까지 끌어올리며 계열회사로 편입시켰다.

대규모 부실채권 등이 발생한 탓에 이익 기여도는 아직 미미하다. KB부코핀은행은 올해 1분기 336억100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89억1,100만원)보다 손실폭이 더 커졌다.

다만 KB국민은행의 정상화 노력과 현지 영업 상황 개선에 영업 지표는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1분기 KB부코핀은행은 전년 동기(978억8,700만원) 보다 21.8% 증가한 1,192억6,000만원의 영업수익을 달성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홀세일(Wholesale) 중심의 우량대출 증대에 집중해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서도 지난 2020년 4월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금융기관(MDI, Microfinance Deposit-taking Institution)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PRASAC Microfinance Institution PLC) 지분 70%를 인수했다. 2021년 9월에는 기존주주의 30% 지분 인수했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올해 1분기 4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충당금 확대 등에 순이익이 전년 동기(594억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해외법인 중 여전히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며 KB국민은행의 해외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적자를 냈던 중국법인과 미얀마법인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53억6,100만원의 순손실을 냈던 중국법인 국민은행중국유한공사는 올해 1분기 178억7,6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법인과 KB미얀마은행도 각각 7억7,000만원, 8억3,400만원 순손실에서 1억7,600만원, 4억9,9000만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해외네트워크 확대도 계속된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인도 첸나이, 푸네에 2개 지점을 신설하기 위해 현재 현지당국 인가 심사를 받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해왔으나 코로나19로 현지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는 등 예기치 못한 대내외적 상황에 사업이 다소 위축됐다”며 “최근 상황이 개선되면서 실적 관련 지표들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4대은행 글로벌 실적. <자료=각사 취합>
4대은행 글로벌 실적. <자료=각사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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