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가 약 추가자료 대부분 미제출
최종윤 등 의원 10명, 약사법 개정안 발의
“허가 후 3개월 안에 증빙자료 제출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은 의약품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을 지난 24일 국회에 제안했다.

조건부 판매허가는 희귀질환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의 경우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임상2상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의약품 판매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출시 이후 별도로 정한 기간 내에 임상3상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조건부 허가 이후 10년 동안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조건부 허가 이후 허가를 자진취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최종윤 의원이 지난해 10월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허가받은 품목 35개 중 15개(42%)가 허가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임상시험 결과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5개 중 국산신약은 10개로 이중 8개가 미제출 상태이다. 4개 품목은 10년째 제출하지 않았으며 6개는 제약사가 스스로 판매허가를 철회했다.

임상3상 결과를 제출하지 못해 판매허가가 취소된 대표적인 약은 리아백스가 있다. 리아백스는 젬백스앤카엘이 2014년 9월 판매허가를 받은 췌장암 치료제다. 당시 21번째 국산신약 타이틀을 획득했었다.

당시 젬백스앤카엘은 5년 간 국소진행성·전이성 췌장암 환자 148명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임상3상 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면서 2020년 8월 25일 식약처가 허가를 취소했다.

리아백스는 안전성 관련 문제는 없으나 유효성(약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허가 과정을 밟을 당시 식약처에서 허가심사조정과장으로 일한 A씨가 2014년 7월 젬백스앤카엘의 부사장으로 취임한 것도 논란이 됐다.

녹십자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도 임상3상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지난 2012년 시판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헌터라제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효소를 환자에게 주사해 이두로네이트-2-파타아제(Iduronate-2-sulfatase‧IDS) 효소 결핍으로 인한 헌터증후군 증상을 개선한다.

그러나 유전자 질환인 헌터증후군이 주로 남자아이 10만~15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초희귀병이라서 임상3상 기준 설정에 애를 먹었다.

특히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바이오기업 샤이어가 엘라프라제로 독점해 왔기 때문에 녹십자의 임상3상은 다국가에서 진행됐다.

녹십자는 이 헌터라제의 임상3상 보고서를 10년이 넘도록 제출하지 않아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받았다.

다만 현재는 임상3상을 끝내고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 작성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된다.

녹십자는 지난 15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2023년 국내 조건부 임상3상 CSR을 완료했고 조건부 허가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자 결국 최 의원이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최 의원은 “조건부 허가를 통해 환자에게 신속히 의약품을 공급, 치료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시판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품목 조건부 허가를 받은 업체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임상시험 자료 제출 계획을 식약처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임상시험 실시 상황 등은 매 반기별로 알리며 자료 제출 기간을 연장할 때는 중양약심위의 의견을 듣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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