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하지현 기자
산업부 하지현 기자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지난달 만화 '검정고무신' 원작자 이우영 작가의 사망으로 만화계의 고질적인 불공정 계약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은 바 있다. 고인은 ‘검정 고무신’의 캐릭터 저작권을 두고 출판사 형설앤과 오랜 법정 소송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가의 비극이 일부 특이한 사례가 아닌 만화, 웹툰업계에서 광범위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플랫폼 주도로 웹툰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산업 매출 규모는 2017년 3799억원에서 2021년 약 1조 5660억원으로 커졌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창작 생태계를 둘러싼 잡음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업계 규모가 커지며 CP(콘텐츠 사업자)는 늘었으나 여전히 다수 CP가 작가와의 계약 과정에서 2차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고, 지나치게 높은 정산 수수료를 가져가는 등 일방적인 계약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2022 웹툰 사업체·작가·불공정 계약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잘 담겨 있다. 설문에 응한 웹툰 작가 중 58.9%는 "불공정 계약이나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계약 관련 불공정 행위 경험 중 '2차적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 및 플랫폼에게 유리한 일방적 계약'(40.8%)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게임 출시가 이어지고 있고 각종 캐릭터 사업까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원작자의 2차 저작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플랫폼, CP, 작가 등으로 구분되는 분업 구조 속에서 불평등한 정산율 또한 창작자의 창작 욕구를 저해하는 중대 요소로 꼽힌다. 현재 다수 플랫폼에선 CP와 작가 등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정산율이 50∼70%선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K-웹툰·웹소설이 주목받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플랫폼과 CP 그리고 작가 등 여러 주체가 함께 생태계를 키워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도 플랫폼과 CP, 작가 중 누가 하나 소외돼선 안될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원작자의 창작 의지 자체를 상실케 하는 불공정 계약은 하루 빨리 근절돼야 한다고 본다. 부디 회당 컷수 제한, 추가 컷 수당, 플랫폼 유급 휴재권 등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계약과 상생 모델이 업계 내 정착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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