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석 금융부 기자
최윤석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선 금융위원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금융투자업계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과 투자 기회 발굴 방안, 그리고 증권업 전반의 규제 철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세부적으로는 기존 은행 중심의 지급결제망을 증권업계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은 물론 투자자보호기금 마련을 통한 투자활동 보호 강화, 모험자본 담보부대출, 정부의 정책금융과 지원 등이 이날 자리에서 거론됐다.

금융투자업 외형 확대에 대해서도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10년 내 아시아 TOP3 증권회사의 탄생이 필요하다며 증권산업 규모의 확대를 역설했다.

실제 아시아 10위권 내 회사가 전무한 상황이고 해외 점포의 수익 비중도 전체 수익의 약 4.3%로 글로벌 IB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요구와는 달리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규모의 성장보다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한 내실화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지난해 부동산 PF 사태때만 하더라도 금융투자업계는 해결을 당국에 맡기며 정부 주도의 채안펀드와 증안펀드 가동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자체적인 리스크 대응 능력에 취약했다.

금리인상과 부동산 시장 불황의 신호는 이미 그 전부터 있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위기가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해결책을 찾는 모양새였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철폐와 아시아 TOP3 증권사 탄생은 공허한 목소리로 들린다. 당장의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국기업평가는 2023년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환경과 등급 전망을 각각 ‘비우호적·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의 이유로는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 지속과 부동산 PF 위험 확대 등을 꼽았다. 증권사들이 우발채무 현실화와 투자자산 신용위험 확대로 재무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가뜩이나 시장 내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미국의 중소형 은행의 잇따른 파산 소식은 지난 리만 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떠올리게 하며 간담을 서늘케 했다.

진화생물학에서 고래가 커진 이유는 고래가 사는 환경에서는 큰 몸집을 가지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고래의 큰 크기는 결과물이지 목표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목표가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이 이 세상의 존재하는 이유는 자금의 원활하고 건강한 흐름을 만들어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에 있다. 그 과정에서 큰 크기를 가질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몸집을 줄여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금융투자업계가 목표로 내세운 몸집 부풀리기가 생존에 필요한 과정이 아닌 목표와 수단을 구분 못한 과오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위기가 산재해 있는 2023년의 금융 환경은 건강한 생존을 요구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금융투자업권의 제1의 과제는 규제 철폐와 몸집 부풀리기가 아닌 생존을 위한 리스크 관리에 있다.

위기에 대처하기 힘든 큰 몸집보다는 위기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고 어려운 때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순발력이 변화를 앞둔 금융투자권에 더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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