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하지현 기자
산업부 하지현 기자

[현대경제신문 하지현 기자] KT 차기 대표 선임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로 예정된 KT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내정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주요 주주인 현대자동차가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KT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국민연금 지분이 8.53%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현대차(7.79%)와 신한은행(5.46%) 등이 따르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57%로 절반이 넘는다. 업계에선 윤 내정자가 소액주주 지지로 주총을 통과하더라도 임기를 다 채우기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당초 KT 이사회는 현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으나, 국민연금을 동원한 정치권 반대에 대표 선임 과정을 다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관료 출신에 대선 캠프에서도 활동한 인물의 KT 대표 내정설이 제기됐다. 구 대표 및 KT 이사진에 대해선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 소식까지 들려왔다.

내부 출신 윤경림 내정자 확정 뒤로는 정치권의 인사 간섭이 더욱 구체화됐다. KT 인사를 두고 여당 의원들은 ‘그들만의 리그’라 폄훼했으며,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KT 인사 잡음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민영화된 지 20여 년이 넘었음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 인사 내정설이 불거져 나왔고, 그로 인해 주요 경영진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거나 연임에 실패한 사례가 잦았다.

내부 출신 구현모 대표는 2년 전 취임일성읕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국민기업을 만들겠다’ 외쳤으나, 여전히 KT는 외압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작금의 사태를 보고 있으면 지금이 진정 KT가 민영화의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순간이라 생각이 든다. 부디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 무엇보다 주주를 위하는 민영기업으로 혁신해 나아가길 바란다.

또 정치권에서도 콩고물에만 눈이 멀지 말고 진짜 기업을 위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무엇인지 가슴으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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