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석 금융부 기자
최윤석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낙하산 사장이 어쩔 수 없다면 힘 있는 정치인이나 고위급 관료를 사장으로 보내달라”, “팀장급 밖에 안되는 사장은 조직에 도움이 안된다”

신임 사장의 낙하산인사에 대한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 노조의 요구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통상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노조의 반발 이유는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 였지만 이번 노조의 반발에선 그것보다는 조직 이해 논리가 돋보였다.

지난 17일 대통령실 앞 광장에선 예탁원 노조를 비롯한 사무금융노조가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노조는 최근 예탁원 신임 사장 임명과 관련해 내정설이 돌고 있는 인사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문제가 된 인물은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인 사람이다.

작년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신임 내정자가 사실상 정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예탁원 노조의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이명호 현 사장이 선임되자 노조는 이 사장이 정부 출신 인사라는 점을 두고 출근 저지 시위를 단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바 있고 지난 2013년엔 유재훈 당시 신임 사장이 임명되자 노조는 천막농성을 벌이기까지 했다.

신임 사장의 임명 문제로 시끄러운 가운데 현재 예탁원에게 주어진 과제를 생각하면 이런 인사 논란이 씁쓸하기만 하다.

전자등록기관으로 증권 발행심사 및 총량 관리를 맡는 예탁원은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토큰증권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된다.

앞서 지난 9일 예탁원은 증권사, 조각투자업체, 비상장플랫폼, 블록체인기술 업체 등 22개사와 토큰증권 관련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킥오프(Kick off) 회의를 열었다. 예탁원은 이번 협의체를 통해 유관 업체들 간 정기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증권업계도 호응해 신한투자증권은 STO얼라이언스를 구축했고 NH투자증권도 토큰증권 협의체 STO 비전그룹 출범시켰다. 이들은 관련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제도가 마련되는 즉시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까지 짰다.

하지만 차기 사장 인사를 둘러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했던 예탁원은 판만 깔아주고 뒷짐을 진 채 있고 나머지 부담은 증권업계가 감당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예탁원 인사 논란으로 추진 중인 사업의 방향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융 공기업에 이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과 과제가 있는 기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힘 있는 정치인이나 보은 인사로 임명되는 끄나풀이 아닌 그 과제와 관련한 전문가다.

하지만 정부도 노조도 조직이 갖는 비전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고 옹졸한 자기 식구, 자기 사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조직 이해관계가 아닌 산업 전체에 대한 넒은 안목과 식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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