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글로벌화 삼성은 채권형으로 선두
특화상품과 고객지향으로 중형사 차별화 나서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2022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8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ETF시장의 순자산총액은 82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엔 다시 78조 5,116억으로 80조원을 하회했지만 코스피 시가총액(1,767조 2,352억원) 대비 비중은 4.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장종목 수도 늘어 2022년 전체 ETF 상장종목 수는 666개로 2021년 말 533개보다 133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한해에만 139개 종목이 신규 상장됐다.

작년 미국의 금리인상과 부동산 PF발 채권 위기로 한 차례 열병을 앓았던 국내 증시에서 ETF 시장은 불황을 비껴가는 모양새였다. 그만큼 치열해지는 ETF시장을 두고 2023년 자산운용사들의 저마다의 새해 전략을 내세웠다. [편집자주]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화로 ETF 시장 확장 나서

미래에셋의 미국 ETF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의 임직원들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의 미국 ETF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의 임직원들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비즈니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경쟁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은 현재 한국, 미국, 캐나다, 홍콩 등 10개국에서 ETF를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2021년 말 국내 운용사 중 최초로 전세계에서 운용하고 있는 ETF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 측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외 총운용자산(AUM)은 248조원 규모다. 이 중 40%에 달하는 103조원은 해외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언어, 문화, 비즈니스의 장벽을 극복하고 해외법인 별 전문인력과 미래에셋 글로벌 ETF 전략의 시너지를 통한 결과물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진출 시작은 지난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처음으로 홍콩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진출 초기 세계 유수 금융기업들과의 경쟁은 무리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팽배했으나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실패하더라도 한국 자본시장에 경험은 남는다"며 국내 투자회사가 가보지 않은 해외 시장에 도전했다.

ETF 시장 글로벌 기업 인수도 진행돼 2018년에는 미국 ETF 시장의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인수하고 미국과 일본에 글로벌엑스 브랜드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인수 당시 8조원에 불과했던 Global X ETF의 운용 규모는 2022년말 기준 45조원으로 약 6배 늘었다. 2022년 3분기 말 누적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의 당기순이익은 747억원이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 당기순이익(연결기준) 2388억원의 30%에 달한다.

미래에셋의 해외 사업은 국내 ETF 시장 투자자들에게도 선풍적인 호응을 얻는데 기여하고 있다.

투자 분석프로그램 데이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 기준 3개월간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1위부터 6위까지 미래에셋의 ETF브랜드 TIGER 상품이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는 지난 3개월간 총 2,117억의 순매수가 이어져 1위를 기록했고 알파벳과 애플, 테슬라 등 미국 테크 혁신 산업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미국테크TOP10은 총 882억원의 순매수가 이어져 2위를 기록했다.

그 외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TIGE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S&P500, TIGER 24-10 회사채(A+이상)액티브가 뒤를 따랐다.

 

삼성자산운용, 채권형 ETF로 시장 1위 수성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가 'KODEX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자산운용>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가 'KODEX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자산운용>

2022년 ETF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은 12월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에서 32조 9,505억원을 기록해 국내 ETF 전체 순자산총액 78조 5,116억원 중 42.0%를 차지하며 ETF 시장 1위를 수성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2022년 10월 자사 ETF 브랜드 KODEX의 20주년 기념식에서 ETF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와 향후 20년 동안 주력할 세 가지 상품유형 및 전략을 밝혔다.

삼성자산운용은 향후 20년을 위한 성장전략으로 해외투자 ETF 상품 공급의 확대, 액티브 ETF의 선제적 출시, 채권형 ETF 시장 확대, 자산배분형 ETF의 지속적인 출시 등을 제시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금융사를 거치고 삼성증권에서 운용부문장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장을 역임한 30여년 경력의 운용 전문가다.

서 대표는 시장 1위 수성을 위한 ETF 운용 강화에 인사 개편의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직접 영입한 글로벌 ETF 전문가인 김영준 상무를 임명하고 이어 고객 마케팅 부문에 디지털마케팅본부를 신설해 최고마케팅책임자(CMO)에 김두남 상무를 선임했다. 이어 82년생 임태혁 ETF 운용본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능력 위주 인사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천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의 20년 전략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보인 것은 채권형 ETF에서였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 국내 채권형 ETF 순자산 1위‘KODEX 종합채권(AA-이상) 액티브’는 최근 1개월 설정액이 6,023억원 증가했다. 이어 ‘KODEX 23-12 은행채(AA+이상) 액티브’가 2,926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채권형 ETF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 상무는 “2조원 규모를 돌파한 KODEX 종합채권 액티브 ETF뿐 아니라 최근 채권형 ETF 상품들에 큰 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금리 수준이 높아진 상태인 만큼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장기채권 쪽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다양한 채권 관련 간접투자 상품도 눈에 띄게 늘어난 만큼 한동안 채권형 ETF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화상품과 고객친화로 확장 노리는 중형 자산운용사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홈페이지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홈페이지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ETF 후발주자들의 움직임도 숨 가쁘다. 순자산가치총액 기준 ETF시장 3위와 4위인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각 ‘특화상품’과 ‘고객지향’ 강화로 2023년 ETF 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3위 KB자산운용의 지난 12월 기준 순자산가치총액은 6조 9,654억을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8.87%로 7%대에 머물러있던 점유율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앞서 KB자산운용은 2022년 10월 5일 ‘KBSTAR ETF 비전선포식‘을 통해 2025년까지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점유율 20% 달성을 위해 KB자산운용은 업계 최저보수와 채권형ETF, 대표지수 ETF, 월지급형ETF, 친환경ETF을 중심으로 상품군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ETF 시장에서 KB자산운용은 특화 상품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181개의 중국 관련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2.26%로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상승해 작년 연초 이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 중 국내 유일 MSCI 차이나 지수 추종 상품인 KB자산운용의 ‘KBSTAR 중국MSCIChina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8.57%로 국내 상장된 중국 ETF 중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KBSTAR 차이나HSCEI ETF’가 같은 기간 25.38%로 2위를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에 막 소개된 친환경 ETF 분야에서 친환경 ETF인 KBSTAR Fn수소경제테마, KBSTAR 글로벌수소경제Indxx,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 등을 선보인 바 있다.

ETF 시장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금융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와 함께 지난해 12월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법인을 방문하고 사업 전략 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올해 배재규 대표 지휘 아래 본격적으로 베트남 관련 상품에 힘을 주고 관련 콘텐츠를 적극 배출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나왔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이끌고 있는 배재규 대표는 지난해 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표로 발탁됐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솔루션본부'를 신설해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역량 강화의 기반을 다지고 포트폴리오를 ETF로만 구성한 새 TDF 시리즈인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를 선보였다.

소비자 브랜드 강화에도 나서 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존 ETF 브랜드인 ‘KINDEX’를 ‘ACE’로 브랜드명을 바꾸는 ETF 리브랜딩 작업에 나섰다. 업계 4위에 머물러있는 AUM(자산규모)과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재차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17일 ETF 고객 지향에 초점을 맞춰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해 ETF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마케팅 강화에 나서 ACE ETF와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시장 이슈 사항 알림 발송이나 세미나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지난해 10월 ETF 상품명을 KINDEX에서 ACE로 리브랜딩 하는 등 ETF 시장 내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ETF 운용 전문성을 널리 알려 고객의 신뢰도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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