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넉 달 만에 1조2,363억원 매수
퇴직연금 차입규제·RP매도 등 완화 영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유동성 확보에 급급했던 보험사들이 채권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현금 흐름에 숨통이 트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보험사는 1조2,363억원 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보험업계 채권 투자가 순매수로 돌아선 건 넉 달 만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각각 6,317억원과 2조2,319억원, 3조5,534억원의 채권을 매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콜옵션 사태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연말엔 저축보험과 퇴직연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현금 확보가 더욱 급해졌다.

그러나 단시간에 채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시장 불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도록 규제를 완화시켜줬다.

먼저 올해 3월 말까지 퇴직연금 차입규제를 완화했다. 기존 10%로 제한된 퇴직연금 차입한도가 풀리면 별도 계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일반계정으로 가져올 수 있는 등 현금 확보에 유리하다.

또 환매조건부채권(RP)매도를 허용했다. RP는 금융사가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짧게는 1일 길게는 3개월간 기간을 두고 발행돼 금융사 단기 자본조달 수단으로 이용된다

그동안 보험업법에 특별계정 RP 매매가 명시돼 있지 않아 주춤했던 보험사 RP 매도가 규제 완화로 활성화된 셈이다.

한편, 업계에선 올해 IFRS17 도입에 따른 실적 변동 가능성이 큰 만큼 유동성 확보 이슈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을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채권 매도와 함께 당국의 규제 완화, 확정금리형 상품 판매 등 여러 요인들이 합쳐져 유동성 이슈가 어느 정도 완화된 것”이라며 “다만, 이는 단기적인 방안에 불과한 만큼 보장성 상품 판매를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