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김호운(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김호운(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장편소설이 소설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는 출판문화 매체가 적어서 소설 문학의 균형 있는 발전에 아쉬움을 주고 있던 터에 현대경제신문에서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서 장편소설을 공모한 건 한국 소설문학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훌륭한 일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5편이었다. 신춘문예 특성상 작품의 소재와 구성의 신선함은 물론이고 서사 전개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장편소설을 써서 응모하는 분들의 노고가 만만찮음에도 본심에 오른 작품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

숙독을 거듭한 결과 「소녀의 칸」과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두 편을 우선 최종 심사 작품으로 선택하고 다시 숙독하며 꼼꼼히 살핀 결과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두 작품 모두 탄탄한 구성과 문장력으로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하였으나 장편소설로서 가독성을 높이는 복합적인 구성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 서사를 무리 없이 전개한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는 전설적인 명품 기타 ‘루시퍼’를 매개로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젊은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들만의 삶의 길을 만들어가는 소재가 신선하다. 밴드 그룹 ‘비따비(Vis ta Vie)’를 결성하며 작품을 종결하는 결말 또한 새롭다. ‘비따비’는 우리말로도 뭔가 색다른 의미를 생성하고 있지만, 프랑스어로는 “네 인생을 살아라”는 뜻이다.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틀을 벗어나 자신들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조금은 불안하고 불완전하나 이 또한 ‘젊음’이라는 위치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살인과 폭력이라는 부조리한 현상을 서사구조로 이어가지만, 완벽한 문장과 아름다운 문체로 이 음울한 기운을 흡수하는 솜씨 또한 매우 돋보였다.

훌륭한 소설가로 발전하길 기대하며 당선을 축하드리고 응모한 모든 분께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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