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식 (시 대상)
서호식 (시 대상)

기분 좋은 날에는 아내 몰래 빨래를 한다

손으로 치대는 느낌이 어지간히 좋다

제 몸을 줄여 더러움을 씻어내는 비누를 보며

잘못해놓고 참회하고

죄 지으면서 고해하고

삼천 번씩 엎어지면 면죄 받는 겉치레 말고

비누 한 장만 있으면

회개 되고

사면되는

면죄부 대신 세탁비누를 팔고

덜 세탁 된 죄는 성직자들이

비비고 치대고 탈탈 털어

바지랑대 높이 널어 두면 새사람이 되는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시를 쓰는 일은 나를 내어 주고

나를 줄여 다른 삶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다들 시 쓰는 일이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게 시는

즐거움이고 희열이기도 하다

시를 쓸 때만큼

세상을 잊고

나를 잊고

깊은 고뇌에 빠져들 수 있으니까

오로지 시만 존재 하는 시간이다

 

주제를 정하고

시어를 모을 때의 기쁨은

글 쓰는 이 만이 느낄 수 있는 극치의 특권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세상 모든 것들이 주제가 되고

시가 될 때

세상은 얼마나 더 말랑말랑해지고

조곤조곤해질까

 

당선의 영광을 주신 현대경제신문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더 좋은 세상을 써보고자 한다

 

<약력>

논산 출생 현 익산 거주

시암문화원 원장 겸 별빛 정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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