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도입에 보험사 평가 차별화 전망
금리인상·보험료 조정 이슈 내년도 이어질 듯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내년 보험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큰 변화를 맞이한다.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올해와 같은 지급여력비율(RBC) 충격은 사라진다. 해당 제도 하에서는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평가하기 때문에 각 보험사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편집자주]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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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보험부채를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 IFRS17에 맞춰 K-ICS가 시행된다. K-ICS는 일부자산 및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 기존 건전성 평가제도인 RBC제도와 달리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게 골자다.

이번 제도 변화로 올해와 같은 RBC비율 급락 이슈는 해결될 전망이다. 올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해 보험사들은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늘면서 자본금이 줄어들었고 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이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에 가산할 수 있도록 RBC규제 완화 조치를 취했지만 충격을 막을 순 없었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의 충격이 컸는데 지난 3분기 기준 NH농협생명은 RBC비율이 107.3%로 전분기 말 180.3%에 비해 73%p 떨어졌다. 같은 기간 DGB생명 역시 113.1%로 전분기 말 165.8%와 비교해 52.7%p 하락했다. 이외에도 대형사인 한화생명의 경우 157%로 전분기 대비 10.6%p 하락하며 당국의 권고치를 간신히 넘겼다.

보험업법 기준에 따라 보험사는 RBC비율을 100% 유지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제도 변화에 따라 보험사 평가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IFRS17 도입 시 회계지표가 가장 크게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보험사에 대해 한화손해보험을 꼽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3분기 말 기준 한화손보의 자기자본은 1,152억원으로 총자산의 0.6% 수준”이라며 “그러나 IFRS17 전환시점의 자기가본은 2조3,000억원으로 총자산의 13.2%까지 증가한다”고 말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회계 기준 한화손보의 3분기 말 자기자본은 1,152억원으로 급감하며 자본 완전 잠식을 간신히 면한 상태”라면서도 “현 회계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전환 시 자기자본은 3조760억원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RBC제도와 K-ICS제도(新지급여력제도) 비교<자료=금융감독원>
현행 RBC제도와 K-ICS제도(新지급여력제도) 비교<자료=금융감독원>

생보사, 유동성 관리 빨간불

한편,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유동성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안은 마땅치 않아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 합산 유동성 비율은 159.9%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전 148.7%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유동성 비율이란 기업이 단기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에 대한 변제능력을 평가하는 재무비율을 의미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2년 하반기에 대규모로 판매한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도래하고 있다는 점, 하반기부터 은행 정기예금금리가 급등하며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에서 중도 해약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유동성 비율이 앞으로도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들 역시 유동성 조달을 위해 예금금리 경쟁에 돌입하면서 6%에 이르는 정기예금금리를 제시했고 이로 인해 계약자들의 중도해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생보사들은 부랴부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지난 8월 4%대 상품을 시작으로 최근 5.95% 상품까지 고금리 저축성상품 판매 경쟁을 벌였다. 다만, 이차역마진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6%대 상품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대응책은 단기차입 한도 확대다. 롯데손해보험은 최근 적정 유동성 유지를 위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증액했다.

단기차입금 한도는 돈을 빌릴 수 있는 최대한의 수준을 의미한다. 당장 그만큼 차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급전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하게 여겨진다.

앞서 삼성생명과 푸본현대생명, 신한라이프 등도 단기차입금 한도를 증액했다. 삼성생명은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단기차입한도를 늘렸고 푸본현대생명과 신한라이프는 각각 1조5,000억원과 1조4,000억원으로 한도를 상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말 자금 이탈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커지면서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는 보험사들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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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보험료 조정 부담 지속

손해보험사들은 보험료 조정에 대한 압박감이 이어지고 있다. 손보업계는 이번주부터 순차적으로 자동차보험료 및 실손보험료 조정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자동차보험료는 최대 2%대 인하, 실손보험의 경우 9%대 인상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먼저 자동차보험의 경우 올해 각 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들이 손익분기점 마지노선으로 보는 70% 후반 수준이다. 업계는 애초 보험료 1% 인하를 고려했으나 당국과 정치권이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압박해 인하 폭이 확대됐다.

문제는 내년의 경우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올해와 같은 흑자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도 이미 손해율은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11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8%로 작년 동월(91.9%) 대비 2.9%p 악화됐다.

이달부터는 폭설과 결빙 등으로 인해 자동차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정비업계의 정비요금 인상 요구 등까지 겹친 상황이다. 손보업계는 작년 4.5% 정비요금을 인상한 바 있어 동결을 주장했지만 정비업계는 지난 16일 진행된 정비협의회에서 9.9% 수준의 요금 인상을 주장한 상황이다. 정비요금은 보험에 가입한 차량을 정비업체가 수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로, 정비요금 인상 역시 손해율에 영향을 준다.

실손보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과잉 진료 급증으로 올해 1~4세대 손해율이 120%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실손보험사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2조8,600억원, 올해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연구원에서는 향후 5년 내로 실손보험 손해율을 손익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100%로 낮추고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내년엔 당국 압박에 인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경제·물가 상황 등을 고려해 보험료 조정에 동참했다”면서도 “과잉진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손보험과 더불어 자동차보험도 손해율이 다시 악화 추세를 보일 경우 내년엔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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