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매도액 전년 대비 6조원 ↑
금융당국 유동성 관련 제도 완화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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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말 퇴직연금 만기 때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되는 탓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지난달 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했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지난 10월(2조6,000억원)보다도 8,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험업계가 2조900억원 순매수했던 점을 고려하면 채권 순매도액은 1년 전보다 6조원 이상 증가했다.

보험업계는 환매조건부채권(RP)도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보험업계 RP 순매도액은 1~8월의 경우 월 평균 6조8,000억원이었으나 9월 9조4,000억원, 10월 10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24일까지는 1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RP는 금융사가 일정 기간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통상 짧게는 1일 길게는 3개월간의 기간을 두고 발행되는 초단기 자본조달 수단이다.

보험업계가 채권 매도에 나서는 이유는 오는 12월 만기가 도래한 퇴직연금 영향이다. 시중 퇴직연금 규모는 300조원에 이르는데 지난 2분기 기준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자산은 생명보험 71조7,873억원, 손해보험 34조9,504억원 등 총 10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30%가 연말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10여 년 전 경쟁적으로 판매한 저축성보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장기 상품 위주인 생보업계 매출 하락세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보험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6%대 저축보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푸본현대생명이 5.9%의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NH농협생명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나섰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현재 퇴직연금 계정의 10%로 제한된 차입 한도를 내년 3월까지 적용하지 않고 보험사들의 유동성 유지 목적 차입에 RP 매도도 포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더불어 채권시장 경색으로 보험사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저축성보험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간의 이자 부담은 남아있지만 이번 당국의 발표로 자금운영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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