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건전성 리스크에 내년으로 상환 미뤄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우려…당국 진화 나서

흥국생명 본사 사옥<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 본사 사옥<사진=흥국생명>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생보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잇따라 차질을 빚으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재빠르게 시장 진화에 나섰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생명은 이달 13일로 예정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했다. DB생명은 지난 2017년 선제로 재무 건전성을 보강하고자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5년 뒤 조기상환 콜옵션을 부여한 바 있다.

앞서 흥국생명도 이달 9일 예정됐던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을 행사하지 않았다. 국내 금융기관이 외화채권 조기상환에 실패한 사례는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처음이다.

조기 상환 콜옵션이 포함된 신종자본증권은 상환 의무는 없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5년물로 취급된다. 첫 콜 행사일이 도래하는 시점인 5년에 빌린 돈을 조기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들이 모두 상환 연기에 나선 것은 시장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던 2017년보다 금리가 크게 뛰었고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이 얼어붙자 상환을 미루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전성 지표 역시 우려할 부분이다. 저금리로 빌린 돈을 고금리로 갚게 되면 현재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내년부터는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건전성 관리에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일단 내년 조기상환이 예정된 국내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생명과 케이디비(KDB)생명보험은 내년 각각 10억달러,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앞두고 있다. 한화생명 신종자본증권의 호가는 이날 한때 발행 당시 액면가의 7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서둘러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한 일정·계획 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며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적인 소통 중에 있다”고 밝혔다.

DB생명과 관련해서도 당국은 “DB생명과 투자자 간 쌍방의 사전협의를 통해 조기상환권 행사 기일 자체를 연기한 것으로서 조기상환권을 미이행한 것이 아니다"며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해외 발행이 아닌 국내 발행건으로서 해외 투자자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는 소수이고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아니다"며 "채권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