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준 6만2,981명
코로나19·업황 악화도 한 몫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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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 영향과 함께 생명보험 영업환경 자체가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6만2,9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5,302명) 대비 3.6% 줄어들었다.

2년 전인 2020년 상반기(8만9,070명)보다는 2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11개 손해보험사들의 전속설계사가 9만6,540명에서 10만1,219명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생보사 전속설계사가 감소한 배경으로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의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이 꼽힌다.

앞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제판분리를 추진했고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각각 설립했다. 이에 양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2020년 상반기 기준 각 1만9,272명, 3,414명에서 올해 상반기 모두 0명으로 줄었다.

푸르덴셜생명도 올해 6월 KB라이프파트너스를 설립했고 라이나생명과 동양생명의 경우 TM 설계사 조직을 본사와 분리하고 별도의 자회사 조직 형태로 운영 중이다. 신한라이프 역시 내년 초를 목표로 TM 조직을 자회사인 신한금융플러스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엔 흥국생명도 제판분리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내년 초를 목표로 자회사형 GA HK금융서비스(가칭)를 설립하기 위해 지난달 8일 금융 당국에 인가를 신청했다.

업계는 제판분리가 보험사들에게 불필요한 사업비 지출 등 비용 절감으로 인한 경영 효율성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인건비와 점포운영비 등을 줄일 수 있어 고정 지출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판분리 과정에서 노동자와의 갈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의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이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연맹 위원장은 "보험 전문성 고도화와 경쟁력 제고라는 명목이지만 실상은 전속 설계사의 고용보험료 부담 회피와 금소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 회피, 구조조정 등이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편, 업계에선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생명보험 가입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든 점도 설계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생보사 주요 상품인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변액보험 상품 등의 인기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2023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를 발표하며 생보사의 경우 수입보험료가 올해 3.8% 감소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0.3%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저축성 상품과 변액보험의 보험료가 각각 2.0%, 6.9%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업황 악화와 더불어 코로나19 이후 대면 영업도 힘들어지면서 설계사 수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제판분리에 나서는 보험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전속설계사 수는 갈수록 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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