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쌀 가격 하락에도 즉석밥에 수입산 쌀 사용
CJ제일제당 부사장, 국감 출석...국산 쌀 사용 약속
오뚜기·오리온농협·농심 임원들도 CJ와 뜻 같이해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CJ제일제당과 오뚜기, 오리온농협, 농심의 임원들이 즉석밥 일부 제품의 원료를 국산 쌀로 교체하겠다고 약속했다.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은 “일부 컵반 제품에 사용했던 수입 쌀을 국산 쌀로 대체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형찬 부사장에게 “국산 쌀을 사용해달라”고 강조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이날 안호영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임 부사장에게 CJ 제품인 ‘스팸김치덮밥’과 ‘스팸마요덮밥’을 들어 보이면서 “즉석밥 시장의 68%를 점유하는 CJ가 밥과 토핑 등 용량을 30% 늘린 일부 ‘BIG 컵반’ 제품에서 미국산 멥쌀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햇반의 국내 즉석밥 점유율은 66%며 2위 업체인 오뚜기의 오뚜기밥은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0월부터 ‘햇반컵반 빅(BIG)’ 제품의 원재료를 국산 쌀에서 미국산 쌀로 교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이 햇반 컵반에 사용한 미국산 칼로스 쌀 사용량은 지난해 97t에서 올해 469t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산 쌀값이 폭락했음에도 즉석밥 1위 업체가 수입 쌀 사용을 늘리고 가격도 인상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20㎏당 4만725원으로 1년 전보다 24.9% 떨어졌다. 197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줄었지만 지난해 풍년으로 쌀 공급이 늘어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오뚜기 등 즉석밥 업체들은 지난해 2월 판매가격을 인상했으며 올해 3월 이후에도 7~8%가량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식품업체들은 제품의 맛과 식감 개선을 위해 일부 카테고리를 미국산 중립종 쌀로 변경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 부사장은 “국산 쌀과 수입 쌀의 품질 차이에 따라 일부 제품에 특수하게 수입 쌀을 사용한 것”이라며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서 국산 쌀로 대체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즉석밥의 수출 등으로 사실상 매년 국산 쌀 사용량이 늘고 있으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도 피력했다.

이날 국감장에 참석한 오뚜기, 농심미분, 오리온농협 등 식품사 관계자들도 국산 쌀 사용 비중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황성만 오뚜기 대표는 “오뚜기는 국내 유통하는 즉석밥과 컵반에 국산 쌀을 사용하고 원가절감을 위해 나머지 외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1.2%에 수입 쌀을 사용 중”이라며 “향후 거래처와 협의해 국산 쌀로 돌리는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는 “오리온농협은 국산 쌀만 사용하고 있고 수입 쌀을 쓸 계획이 없다”고 했다.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는 “당사는 수입 쌀 의존도가 높은데 원료 쌀 공급회사이기 때문에 식품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산 쌀 전환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촌치킨과 BHC, 제너시스BBQ 등 치킨프랜차이즈업체 대표들은 앞서 농해수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 올랐지만 최종 검토 끝에 철회됐다.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소명한 영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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