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쟁하듯 기업인 증인 신청
망신 주기·질책성 국감 재현 우려

국회 본회의장 <사진=국회>
국회 본회의장 <사진=국회>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내달 4일 국정감사 개시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각 상임위원회 증인·참고인 명단에 기업인을 다수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 총수는 물론 이통 3사·빅테크 CEO, 주요 유통업체 대표들의 출석이 예상된다. 기업인 증인 신청 소식에 재계에선 이번 국감 역시 정부 정책 감사 대신 기업인에 대한 질책 및 성토의 자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자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혼자서 기업인 20여 명을 증인 신청했다.

명단을 살펴보면 SK그룹에서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 중인 최태원 회장을 포함 조경목 SK에너지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 등 계열사 대표들이 다수 포함됐다. 임 의원은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 대표도 국감 자리로 호출했다.

임 의원이 유독 많은 신청을 한 게 사실이나 다른 의원들 또한 다수 기업인에 대한 증인·참고인 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자체 민생법안으로 확정한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증인으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 강한승·박대준 쿠팡 대표 등을 증인 신청했다.

과방위 국감 단골이 돼버린 이통 3사 대표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선 여야 합쳐 160여 명에 이르는 증인을 신청했는데, 4대그룹(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총수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올해는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미국 주도 칩4 및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 확인 차원에서 민주당이 4대그룹 총수를 증인 신청했다.

기업인 국감 줄소환에 대해 업계에선 최종 명단의 경우 여야 합의를 거쳐야하니 실제 출석 인원은 신청 목록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신청 건수 자체가 많아 상당수 기업인이 국감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증인 채택이 늘어날 수록, 시간적 제약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감사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실제 지난 몇 년 간 국감에선 기업인 출석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출석자 중 상당수가 몇 시간을 증인석에서 대기하다 단 몇 분 발언 후 돌아간 바 있다.

질의 또한 출석 사안과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질의응답 자체가 의원들의 일방적 호통 및 질책으로 도배된 경우가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기업인 국감 출석이 필요하다면 해야겠으나 지난 국감이 어떠했는지 생각해 보면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경우 국감을 본인 이미지 관리 차원의 자리쯤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