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 중심으로 대출 급증
부동산 경기 둔화시 위험 증가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성민 기자]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가중되면서 그동안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취급해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의 PF대출 잔액은 112조 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1조 9,000억원) 보다 10조 3,000억원(10.1%) 늘었다. 지난 2020년 말(84조 9,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반만에 27조 3,000억원(32.1%)이나 급증했다.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PF대출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 개발 수요가 증가한 데다가 사업다각화 필요성 확대,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금융권 별로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PF대출 잔액은 28조 3,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보험사 43조 3,000억원, 여전사 26조 7,000억원, 저축은행업계 10조 7,000억원, 증권사 3조 3,000억원 등으로 비은행권의 대출 규모가 컸다.

보험사의 PF대출 취급액이 타 금융사에 비해 높은 것은 별도의 한도가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은 신용공여총액의 20%, 증권사는 투자 자기자본의 30%, 여신전문금융사는 여신성 자산의 30%까지 PF 대출한도가 있다. 이에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다.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0.50%로 과거 PF대출 부실 사태 당시인 2013년 말(8.21%)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권별로 향후 위험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시장 불활실성 확대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할 경우 유동성이 낮은 사업장이 다수를 차지하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PF대출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보험사는 아파트에, 저축은행·증권사·여전사는 아파트 외 주택 및 상업용 시설에 주로 대출을 해줬다.

실제로 PF대출 취급액이 업계 중 가장 많은 보험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 연체율이 0.33%로 전년 동기(0.11%)보다 0.22%p 상승했다.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 여신비율)도 0.33%로 지난해 2분기(0.07%) 대비 0.26%p 올랐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PF대출 시장에서 차주의 위험관리 강화로 인해 보험사가 노출된 위험의 크기는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금리상승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와 이로 인한 분양 위험에는 여전히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성수신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부진할 경우 PF우발채무 인수부담 등에 따른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보증수수료 수익 확대 노력의 일환으로 PF대출 관련 채무보증이 크게 확대해왔다. 지난 6월말 기준 증권사의 PF채무보증 규모는 24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신용위험까지 부담하는 신용공여형 보증을 주로 확대하면서 유동성 확보부담 외에 신용위험에도 노출돼 있다”며 “금융기관의 자본여력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경기 부진으로 PF부실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영세사업장이 많고 담보가치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일부 비은행기관의 경우 본원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