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석 금융부 기자
최윤석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최윤석 기자] 1977년 지구를 떠나 미지의 우주공간을 항해하고 있는 보이저호의 메모리용량은 68KB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보조 메모리로 자성 테이프를 쓰고 있어 지구에 정보를 송신한 후 데이터를 지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고작 68KB에 불과한 컴퓨터 용량으로 우주비행과 데이터송신, 장비제어 등 8,000개의 명령을 수행하고 46년간의 항해 중 단 한 번도 심각한 고장 없이 임무를 수행 중이다.

최근 증권업계는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속속 출시했다. 기존의 MTS에 여러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투자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런 야심 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업데이트된 MTS는 금융 소비자의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M증권사의 새로운 MTS는 최근 증권 커뮤니티의 화제가 됐다. 타 증권사 대비 가볍고 빠르다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었던 MTS가 업데이트 이후 기존의 장점은 사라지고 활용도가 낮고 많은 용량을 차지하는 기능들이 추가돼 문제가 됐다.

구글스토어에 등록된 해당 MTS의 사용자 리뷰에선 전기밥솥에 쓸데없는 기능이 잔뜩 들어간 느낌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업데이트에 대해 IT 개발업계 전문가들은 기획 단계에서 너무 많은 기능을 한 번에 넣으려는 욕심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 많은 기능, 더 있어 보이는 그래픽에 치중해 정작 프로그램이 가진 핵심 기능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이저의 컴퓨터 프로그램은 나사(NASA)의 최적화의 모범으로 뽑힌다. 우주탐사선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프로그램이 기획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기능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이런 최적화는 곧 프로그램의 신뢰성 향상을 이끌었다.

현대 사회에서의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증권사 서비스의 큰 축인 MTS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다면 새로운 기능과 다채로운 그래픽은 허울 좋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현재의 IT 기술은 SF(공상과학)영화에서 보이는 화려한 그래픽을 일상에서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화려한 그래픽보다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고객과의 신뢰다. 다양한 기능의 구현 이전에 보이저호와 같은 신뢰성에 기반한 최적화가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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