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65)이 당선됐다. 금투협회장은 연간 600억원대의 예산을 관리하고, 270여명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공식적인 연봉만 5억원을 웃돈다.

박 신임 회장은 26일 당선 직후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향후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다른 후보자들이 냈던 공약사항들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면서 “회원사는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회원사를 중심으로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의견들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어려움이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총회에서 박 전 사장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효득표의 59.52%를 얻어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과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을 물리치고 295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협회장에 당선됐다. 박 전 사장은 오는 2월 4일부터 2015년 2월 3일까지 3년간 금융투자업계의 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취임식은 다음 달 6일이다.

한편 박종수 신임 회장이 선출된 데 대해 노동조합은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다음 달 8일 예정된 임시총회에서 부적격자가 상근 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으로 선출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연임 금투협 노조위원장은 26일 “박종수 전 사장이 선거기간 동안 노사와의 관계 회복에 적극 나설 것을 직․간접적으로 표시한 만큼 퇴진운동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신임 회장은 지난 20일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본선 출마자로 선출된 직후 언론과의통화에서 “LG증권과 우리증권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오해가 쌓인 거다. 대우증권 재직 당시엔 노조와 전혀 트러블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회장 당선시 노조와 사측이 함께 가야한다는 기조 하에 적극 소통해 나갈 것도 약속했다.

노조는 그동안 박 신임 회장을 노사 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장본인으로 지목하며 낙선 운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박 전 사장이 적임자로 보긴 힘들다”고 밝혀 노조의 투쟁 여지를 남겨뒀다. 이 위원장은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이 당선될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것일 뿐”이라며 “다음 달 열릴 임시총회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신임 회장의 첫 시험무대는 2월에 열릴 임시총회가 될 전망이다. 금투협은 내달 8일 임시총회를 열고 상근 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을 선임한다. 상근 부회장은 박 전 사장이 발탁하게 된다. 자율규제위원장은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의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이 위원장은 “후추위의 파행적 운영 등 낙후된 선거시스템을 정비하지 않고서는 업계 발전을 도모하지 못할 것”이라며 “능력있는 후속 인사의 선출로 선진자본시대를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투표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도 “밀실결정의 최종판이라고 불리는 체계를 전면 개선하고 회원사간 통합을 꾀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신임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1990년부터 9년간 헝가리 대우은행장을 지낸 뒤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을 거쳤다. 2001~2003년 금투협의 전신인 증권업협회 부회장을 맡은 바 있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3년이며, 다음 달 4일부터 업무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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